제38화

서하영은 얼굴에 머금은 미소를 지우고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청하는 잠시 감정을 억누르는 듯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빠는 도박꾼이야. 나 어릴 때부터 도박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어. 한 달 동안 집에 안 왔다가 보름 전에 갑자기 와서는 6천만원을 빚졌다면서 이 집을 팔아야 한대. 엄마가 죽어도 집은 안 된다고 보름 동안 미루다가 어제 오빠가 그 사람들에게 잡혀갔어. 지금 나랑 엄마는 서둘러 집 팔고 돈 모을 생각이야. 빚쟁이가 오늘 저녁까지 돈 안 갖고 오면 앞으로 오빠를 다시 볼 수 없을 거라고 협박했어.” 듣고 있던 서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경찰에 신고했어?” 청하는 지치고 무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차마 신고를 못 했어. 나한테도 하지 말라고 그랬어.” “그럼 아버지는?” “도망갔어!” 말을 마친 청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울지 마.” 서하영이 차분히 말했다. “집은 팔지 마. 그 집 팔면 너랑 엄마는 어디서 지내?” “그동안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600만원 정도 모았는데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해. 아빠가 친척들에게도 돈을 꾸고 다녀서 이젠 아무도 우릴 믿고 돈을 빌려주지 않아.” 서하영은 평소 긍정적인 청하가 이렇듯 참담한 가정 환경에서 지냈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모든 부모가 부모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청하야, 집 팔지 마.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서하영이 차분히 말했다. “너도 아직 학생인데 무슨 방법이 있다고 그래. 넌 고민하지 마. 우리 집이 낡긴 했어도 값어치는 있어.” 청하는 다른 사람에게 걱정 끼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보름 동안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서하영에게 연락하지 않았는데 오늘 서하영이 먼저 전화를 걸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임씨 가문에서 일한다는 걸 알잖아. 임씨 가문에 돈을 빌릴 수 있어.” 서하영이 말하자 청하는 깜짝 놀랐다. “정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