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서하영은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서재의 커다란 창문 앞에 서서 마당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홍목으로 만든 책장 맞은편에 긴 책상이 놓여 있었다. 임도윤은 책상 앞에 마주 앉아서 서류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서하영이 찾아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지 두 눈을 크게 떴다. 셔츠의 단추를 몇 개 풀고 있었고 조금 피곤해 보였다.
“임도윤 씨.”
서하영은 문을 닫고 걸어와서 시험지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최근 가르쳤던 문제를 변형해서 낸 시험지예요.”
임도윤은 시험지를 천천히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하영 씨가 잘 가르친 것 같네요. 주현도 잘 따라와 주었고요.”
“과찬이에요.”
서하영은 미소를 지으면서 나무 상자를 건넸다.
“주현이 이것을 전해달라고 했어요.”
“이게 뭐예요?”
임도윤은 궁금해서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가 열린 순간, 검은색 물체가 괴이한 소리를 내면서 튕겨 나왔다.
어젯밤에 보았던 공포 영화 속 귀신보다 더 무섭게 생겼다.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더니 그 상자를 빼앗으려고 했다.
깜짝 놀란 임도윤은 저도 모르게 상자를 던지려고 했지만 검은색 물체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그는 상자를 내려놓고 서하영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임도윤의 품에 안긴 채 나무 상자를 쳐다보았다. 연기가 흩어진 후에도 괴이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반복해서 나오는 소리에 적응되니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서하영은 그의 품에 안겨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심장이 거칠게 뛰었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나무 상자에서 흘러나오던 괴이한 소리가 드디어 멈췄다.
서하영이 일어서려고 할 때 임도윤이 그녀의 턱을 잡았다.
“나한테 복수하고 싶어서 이런 일을 꾸민 거예요? 매번 이런 걸로 나를 농락하려고 하네요.”
서하영은 억울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주현이 나를 속였다고 하면 믿어줄 건가요?”
임도윤은 그녀의 두 눈을 지그시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왜 이런 일을 벌이겠어요? 잘리고 싶지 않단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