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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송지안은 자기 아들에게 직접 신장이식 수술을 진행하려 하고 있었다. 이번 수술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 신장은 바로 그녀 자신의 몸에서 이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직접 아들의 수술을 집도해야 했다. 24시간에 걸친 긴 수술 끝에 수술실의 불이 마침내 꺼졌고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녀는 옆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 임우진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려던 찰나 문틈 사이로 남자가 자신의 인턴 의사와 다정하게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우진 오빠, 이번 수술 무슨 일 생기진 않겠죠? 만약 우리 아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죠? 내가 대신 신장을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적어도 우리 아이의 목숨이 남의 손에 달려 있지는 않잖아요.” 우리 아들이라는 말에 송지안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그녀가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 따지려는 순간 남자가 강아름을 다정하게 품에 안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송지안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로 아이가 하나 생겼다고 믿고 있어. 그 애는 전혀 의심하지 않아. 늘 도현이를 자신의 친아들로 여겨왔으니까. 이번 수술도 최선을 다할 거야. 게다가 예전에 네가 날 구하려다 신장 하나를 잃었잖아. 그래서 내가 어쩔 수 없이 송지안과 결혼한 거니까 이제 우리 아이를 위해 신장을 되돌려주는 거야. 이건 공평하잖아.” 병실 안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하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송지안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뒷걸음질 치며 복도로 나왔다. 그리곤 도망치듯 화장실로 달려 들어가 문을 닫고 무너져 내리듯 울었다. 문밖에서는 동료들이 수술 성공을 축하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아무런 힘도 없이 울고 있을 뿐이었다. 이번 수술을 위해 그녀는 한동안 밤에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했다. 몸속이 텅 빈 듯한 감각에 마치 자신의 영혼이 다 빠져나간 듯했다. 아이와 가족을 위해 그녀는 끝까지 버텨왔지만 이 모든 게 거짓이었다. 결혼도 거짓이고 아이마저 거짓이었다. 결혼한 지 5년이 되었는데 남편은 그녀를 5년 내내 속여왔다. 분명 그 남자는 그때 자신을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었다. 송지안과 임우진의 인연은 한 번의 사고로 시작됐다. 그날 그녀는 퇴근 후 집으로 가던 길에 육교 아래에서 실연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임우진을 보았다. 송지안은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강한 물살 속에서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임우진을 끌어올렸고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의사는 그의 신장이 물에 막혀 즉시 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학 명문가 집안 출신인 송지안은 사람을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해 그를 살렸다. 하지만 수술 후 사흘 뒤 그녀가 깨어났을 때 남자는 이미 퇴원해 있었다. 다시 만난 건 동창회 자리였다. 알고 보니 임우진은 그녀와 같은 해에 졸업한 학생이었다. 다만 그는 금융학을 전공했을 뿐이었다. 송지안은 그의 곧은 자세와 잘생긴 외모에 마음을 빼앗겼고 먼저 그에게 다가가 사랑을 표현했다. 결국 그녀의 바람대로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임우진은 좋은 남자 친구였다. 임우진은 송지안이 생리할 때마다 따뜻한 꿀물을 준비해 주고 허리 찜질 패드까지 챙겨줬다. 그녀의 생일에는 10킬로미터 넘게 달려가 그녀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 왔다. 창업으로 번 첫 수입은 그녀를 위한 고가의 목걸이를 사는 데 썼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송지안은 복 받은 여자야.” 송지안도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결혼했고 아이까지 생겼다. 임우진은 완벽한 남편이자 훌륭한 아버지였고 그녀는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오늘 그 모든 걸 자신의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10년의 사랑이 모두 거짓이었다. 엘리트 의사로 불리는 그녀가 자신의 신장을 원수의 아이에게 바친 꼴이었다. 이제 그녀는 신장 하나조차 남지 않았다. 10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진심으로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임우진은 정말 잔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이 가정을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쳤다. 이제 그 허무한 꿈에서 완전히 깨어났고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혜주 씨, 저 결정했어요. 안서국 교환생 연수 기회 참여하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유혜주는 놀란 듯 물었다. “네가 여기서 자리 잡겠다고 전액 장학금과 차량, 주택 제공 혜택까지 포기했잖아.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었어?” 병원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송지안은 철저한 가정형 인간이었다. 그녀는 수없이 해외 연수의 기회를 받았지만 늘 임우진과 임도현을 위해 포기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결혼에 눈이 멀었다고 비웃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우진 씨와 도현이만 있으면 어디든 집이에요.” 이제 와 생각하니 자신이 참 우스웠다. “혜주 씨, 저 이제 생각이 바뀌었어요. 예전엔 제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이제야 알겠어요.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요.” 유혜주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행이야. 난 네가 그렇게 살아서 우리 집안 명맥이 끊기는 줄 알았어. 좋아, 결정했으면 됐어. 신청서 처리되면 5일 후 나랑 같이 출국하자.” “한 가지 더 부탁드릴 게 있어요.” 송지안은 휴대폰을 꼭 쥐며 말했다. “출국 건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요. 병원 쪽에서도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이지.” 전화를 끊고 송지안은 거울 속 초췌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이제부터는 자신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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