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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남원의 눈은 예고도 없이 쏟아졌다. 박태형은 강지영의 민박집 앞에 서 있었다. 검은 코트 위에는 눈이 소복이 내려앉았고 붉게 언 손끝은 여전히 서류봉투를 꽉 쥐고 있었다. 그는 한참이나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손을 들어 노크했다. 문이 열렸다. 강지영이 문가에 서 있었다. 박태형을 봤는데도 그녀의 표정에는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다. “무슨 일이에요?” 짧은 한마디에 박태형의 숨이 잠시 멎었다.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 서니 목이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박태형은 손에 쥔 봉투를 내밀며 겨우 말을 이었다. “이걸 봐줬으면 좋겠어.” 강지영은 그 봉투를 흘끗 봤을 뿐, 손을 내밀지 않았다. “뭔데요?” “배시우가 너한테 했던 짓들이야.” 박태형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시우가 계속 너를 모함했어. 이 안에 증거가 있어.” 강지영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이 비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시선을 거뒀다. “이제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짧고 단호한 한마디였다. 박태형의 가슴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강지영이 화를 낼 줄 알았다. 억울하다고 소리칠 줄 알았다. 늦게 찾아온 자신을 원망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아무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다. “신경 안 써요.” 그 한마디로 모든 게 끝나 있었다. “그 여자는 내가 벌줬어.” 그는 다급히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네 부모님 일도 내가...” “박태형 씨.” 강지영이 그의 말을 끊더니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왜 아직도 모든 잘못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나요?” 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배시우 씨가 나를 괴롭힐 때,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었어요? 그때마다 당신이 선택한 건 나였어요? 아니면 배시우 씨였어요?” 박태형은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손아귀에 쥐어진 듯 조여왔다. 뭐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 그에게는 변명할 자격 따윈 없다. 그는 늘 배시우를 믿었고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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