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정윤재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움켜쥐었다. 그는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며 익숙하디익숙한 번호를 더듬어 눌렀다.
국제전화의 신호음이 길게, 매섭게 귓가를 때렸다.
그 시각, 국내는 깊은 새벽이었다.
정이현은 막 긴급한 서류 하나를 처리하고 관자놀이를 짚으며 잠시 숨을 고르려던 참이었다.
그때, 고요한 방 안에 전화벨이 날카롭게 울렸다.
화면에 떠오른 정윤재의 이름을 본 순간, 그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 새벽에 대체 무슨 일이지?’
피로한 손끝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인사 한마디를 꺼내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에서 폭풍처럼 터져 나온 건 정윤재의 쉰 목소리와 절규에 가까운 울음소리였다.
“형... 형!”
정이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야? 또 술 마셨어?”
“형, 나 끝났어. 나 진짜, 완전히 끝장났어!”
정윤재의 목소리는 사포로 긁은 듯 거칠었고 절박한 숨결이 뒤엉켜 있었다.
“나를 미워해... 나보고 역겹대. 윽!”
전화기 너머에서 구토 소리가 섞여 들려오자 정이현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무슨 소리야? 누구 얘기야?”
“우미! 예우미 말이야!”
정윤재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질렀다.
그의 목소리는 찢어질 듯 절박했고 이미 한계에 다다른 사람의 울부짖음이었다.
“형! 나, 나 정말 걔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 진심이라고! 그냥 하룻밤으로 끝나는 그런 게 아니야! 진짜야, 형! 나 진짜 예우미를 사랑해 버렸다고! 들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전화기 너머의 정이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휴대폰을 쥔 손에 핏줄이 솟고 관절이 하얗게 드러났다.
그러는 사이에도 정윤재는 계속 날뛰었다.
“근데 왜지? 왜 걔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지? 나 진짜 다 했어, 형! 사과도 하고 무릎도 꿇었어! 매일같이 바보처럼 그 앞에서 기다렸단 말이야! 근데 걔는 나를 쳐다도 안 봐! 길가의 개한테는 웃어주면서 나한텐 단 한 번도... 형, 나 미칠 것 같아! 나 진짜 미쳐버리겠다고!”
“닥쳐.”
정이현의 목소리는 얼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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