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정이현과 정윤재는 얼음처럼 차갑고 축축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다시는 그들을 위해 열릴 일 없는 단단히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영혼은 마치 몸에서 빠져나가 버린 듯,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그날 밤 이후로, 그들은 마치 영혼이 뽑혀 나간 사람처럼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정이현은 다시 정현 그룹으로 돌아갔다.
그는 예전보다 훨씬 과묵해졌고 냉정하다 못해 비정할 정도였다.
거의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며 미친 듯이 일에 매달렸고 하루의 모든 순간을 업무와 회의로 채워 넣었다.
그는 그렇게 자신 안의 황폐하고 죽어버린 심장을 억지로 마비시키려 했다.
이제 그는 완벽한 ‘일하는 기계’가 되어 있었다.
결정은 냉철했고 수단은 매서웠다.
그의 손을 거친 그룹의 지형도는 날로 확장되었고 자산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났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더 이상 아무도 없었다.
모든 정략결혼과 소개를 거절했고 다가오는 여인들에게는 얼음보다 차가운 시선으로 응답했다.
그의 세상엔 차가운 숫자와 무미건조한 서류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는 상업 전쟁만이 남아 있었다.
사랑은커녕 감정조차 허락되지 않는 메마른 땅에서 그는 홀로 묵묵히 늙어가고 있었다.
반면, 정윤재는 정반대의 길로 내달렸다.
그는 철저히 자신을 방임했다.
술과 파티, 그리고 셀 수 없는 이성과의 일탈 속으로 몸을 던졌다.
끝도 없이 돈을 탕진했고 끊임없는 스캔들로 연예 뉴스의 단골이 되었다.
극단적인 감각의 자극으로 마음속의 공허를 메우려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의 내면을 더욱 텅 비게 만들 뿐이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아무리 술에 흠뻑 젖어도 그의 눈빛은 늘 공허했다.
입가의 웃음은 요란했지만 눈동자엔 단 한 점의 온기도 없었다.
밤이면 그는 미친 듯이 떠들고 웃다가 새벽이 되면 홀로 창가에 앉아 하늘이 밝아올 때까지 멍하니 어둠을 바라보곤 했다.
그 눈동자 속엔 끝을 알 수 없는 외로움과 메마른 허무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는, 마음을 움직이게 할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