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8화

살짝 올라간 말끝은 묘하게 매혹적이었다. 안신혜의 가슴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강준혁을 노려보았다. “지금 나 심문하는 거야?” 활화산처럼 끓어오른 그의 눈빛이 그대로 쏟아지자, 안신혜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불 밑에 감춘 손은 파르르 떨렸고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갔다. ‘안 돼. 절대로 들켜선 안 돼. 신흥과의 관계도, 내가 살아 있다는 것도.’ 그녀는 억지로 담담한 척하며 손을 뻗어 그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그래. 내가 했어. 그래서 뭐? 먼저 날 짓밟은 건 안재희였어. 이 판에서 버티고 더 올라가려면, 그 돌덩이부터 치워야 했지.” “내가 건드리지 않았어도 걔가 날 가만뒀을 것 같아? 어차피 서로 눈엣가시인데, 먼저 없애는 게 맞잖아.” 그녀는 고의로 오만하고 독하게 굴었다. 안재희와 단순히 다툼을 벌이다 수를 쓴 것처럼 보이도록. 그러나 강준혁의 눈빛은 서서히 식어갔다. “신흥을 움직였다는 건 그만한 대가를 냈다는 뜻이야. 근데 네가 뭔데 이렇게 몰아붙여? 안재희 대신 화풀이하러 온 거야? 아니면 정의라도 세우겠다는 거야?” 안신혜는 피식 웃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느덧 수줍음도, 망설임도 사라졌고 남은 건 서늘함 뿐이었다. 강준혁은 그녀의 적의와 반발심을 있는 그대로 읽어냈다. ‘또다시 발톱을 세우고 버티고 있군.’ 그녀는 그의 가슴팍을 밀쳐내며 조롱 섞인 웃음을 흘렸다. “역시 안재희 편이네. 내가 걔 치기 전부터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 생각했어.” 결국 한 배 탄 사람들이었다. 강준혁에게 안재희는 훨씬 더 소중했다. 안신혜는 원래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 밤 그가 조용히 고백했을 때는 혹시나 했다. 언젠가는 자신 편에 서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 보니, 그건 그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그녀는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돌리고는 더 이상 그의 눈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강준혁의 감정은 차갑게 가라앉았고,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원하는 게 있으면 그냥 말해. 굳이 이렇게 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