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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고준서의 걸음은 완전히 흐트러졌고 당장이라도 안신혜의 앞에 닿고 싶어 하는 듯했다. 고준서의 모습이 안신혜의 시야에 들어왔을 때 안신혜는 걸음을 멈추고 미소 지으며 고준서를 바라보았다. 안신혜가 편안해 보였던 것에 비해 고준서는 아무 표정 없이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고준서의 검고 깊은 눈동자에는 빛 한 점 비치지 않았다. 애써 감추려 했지만 고준서의 다급함은 역력히 드러났다. 고준서는 너무나 안신혜가 보고 싶었다. 안신혜의 앞에 다다르자 고준서의 걸음은 느려졌다. 검은 눈동자는 안신혜의 위아래를 훑으며 안신혜의 윤곽을 세세히 그려내려는 듯했다. 안신혜는 좀 말라 있었다. 부러진 팔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고 이마의 상처는 아물었지만 여전히 끔찍한 흉터가 남아 있었다. 서 있기는 했지만 위태로워 보여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고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처럼 건들거리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안신혜에게 농담을 던지고 싶었다. 안신혜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지만 얇은 입술 사이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안신혜가 다쳤다는 것을 알고 안신혜가 자신과 함께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고준서의 마음은 매일매일 고통스러웠다. 매번 충동적으로 강준혁과 맞붙어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러한 분노와 충동 뒤에는 고준서의 깊은 자책과 후회가 숨어 있었다. 최근 들어 고준서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질문했다. ‘왜 안신혜가 귀국하는 것을 허락했을까. 왜 나를 내버려 두고 안신혜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주었을까?’ 만약 그때 고준서가 어리석게도 쉽게 승낙하지만 않았더라면 일은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고준서와 안신혜가 여전히 호국에 있었다면. 만약 고준서와 안신혜 사이에 강준혁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귀국하기 전에 고준서가 미리 청혼했더라면. 하지만 세상에는 망할 ‘만약’이란 없고 ‘후회’라는 약도 없었다. 고준서는 두 손을 꽉 쥐고 안신혜를 응시했다. 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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