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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우혁은 술병을 확 낚아채더니 도강우 옆에 툭 앉아선 무표정하게 그가 또 다른 술병을 따서 벌컥벌컥 들이켜는 걸 지켜봤다. 도강우가 지금처럼 미친 듯이 술 퍼붓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강우야, 너 대체 얼마나 더 마실 거야? 술만 마시다가 죽어버릴 생각이야? 그러면 심하윤 씨랑 성시완 씨가 좋다고 박수 칠 일 생기겠네?” “닥쳐.” 심하윤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원래도 안색이 안 좋던 도강우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는 술병을 내려놓으며 최대한 자제하려 했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우혁을 바라봤다. 우혁은 그 눈빛에 소름이 돋아 등에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고 도강우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왜 그래? 나 진짜 깜짝 놀랐잖아.” “걔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도강우가 쉰 목소리로 물었고 우혁은 대놓고 눈을 굴렸다. “그야 뭐, 널 사랑하니까 그랬겠지.” 그 말을 하고 나서 그는 또 도강우의 표정을 살폈다. 그런데 그 고통스러운 얼굴에 왠지 옅은 미소가 엿보이자 우혁은 혀를 찼다. “진짜 답 없다, 너. 내 말 들어, 다인이한테 위자료나 좀 주고 조용히 보내버려.” “걔가 내 목숨을 살렸어.” 도강우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하고 나서 다시 술을 들이켰다. 우혁은 그 말에 진저리났다. 어릴 때부터 수십 번도 넘게 들어서 이젠 귀에 박힐 지경이었다. 그 역시 술병 하나를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시곤 물었다. “그런데 너 진짜 확신해? 정말 임다인이 널 구한 거 맞아? 혹시...” “그때 현장에 다인이밖에 없었어. 당시 심씨 일가의 도우미들도 전부 그렇게 증언했고. 불난 현장에서 나랑 같이 있었던 건 다인이 하나였다고.” 도강우는 단호하게 말을 끊었고 그가 그렇게 확신하는 눈빛을 보자 우혁은 코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심하윤 씨도 그날 거기 간 거 알잖아.” “그만하라고 했지.” 도강우는 손에 쥔 술병을 세게 움켜쥐며 눈을 부릅떴고 그 안엔 도무지 감당 안 되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러자 우혁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눈치가 빨라야 이런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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