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강유진은 하재호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말이 들려서야 강유진은 천천히 문을 밀고 들어갔다.
“하 대표님.”
강유진은 공적인 톤으로 인사를 건넸다.
“조금 뒤 병원에 환자 문병 가야 해. 네가 하씨 가문에 가서 전에 클라이언트가 선물했던 백 년 산삼과 영양제를 좀 가져와. 아주머니한테 얘기해 뒀으니 바로 받아서 오면 돼.”
하재호의 말이 끝나자 강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이런 일도 업무의 일부였다.
그 귀한 백 년 산삼을 하재호가 흔쾌히 줄 정도라면 받는 사람은 분명 중요한 인물일 터였다. 하지만 강유진은 굳이 묻지 않았다.
대신 머릿속으로는 이미 사직서에 관한 문제를 떠올리며 계산하고 있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 하재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보지 않은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재호의 태도에 따라 다른 방도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던 강유진이 슬쩍 사직서에 대해 꺼내려는 찰나 하재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에는‘노윤서’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강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새 하재호는 벌써 통화버튼을 누른 채 스피커폰을 켜 거리낌 없이 통화를 시작했다.
‘하긴, 오랜 시간 마음에 품어왔던 첫사랑과 겨우 이루어지게 생겼는데 당연히 널리 알리고 싶겠지.’
강유진은 지난 7년 동안 숨죽여야 했던 자신의 처지가 떠올랐다.
“재호야, 방금 일어나서 네 문자를 금방 봤어.”
노윤서의 목소리는 아침 햇살에 젖은 실크처럼 부드러웠고 약간의 나긋함도 섞여 있었다.
귀에 맴도는 낮은 음색은 남자에게 강력한 유혹이었다.
강유진 역시 여자였기에 이런 미묘한 심리와 연애 수법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하재호가 그런 수법을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반응을 보니 확실히 통하는 모양이었다.
“알고 있었어. 그래서 방해하지 않았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면 되지. 나 괜찮아.”
너무 가식적인 노윤서의 목소리에 강유진은 온몸에 닭살이 돋아났다.
“별일 아니야. 조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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