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6화

정오의 햇살은 너무나 강렬해서 하재호는 차창을 닫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눈을 찌른 것은 햇살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혼자뿐이었다. 오후에 강유진은 허재열에게 가기로 되어 있기에 배현준과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 작별 인사를 하고 그곳을 나섰다. 막 정문 앞에 도착했을 때, 계단 아래에서 세 사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맨 앞에는 노준범이 서 있었다. 그는 이곳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 계단 위의 강유진을 보고 그는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동행들에게 일이 있어서 잠시 늦을 것 같으니 먼저 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떠난 후, 강유진도 계단에서 내려왔다. 그때 노준범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아가씨.” 이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상대방을 알지 못해도 강유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저를 부르시는 건가요?” “네.” 노준범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가씨는 혹시 강성 사람인가요?” 강유진은 노준범을 알지 못했고 그가 노윤서의 아버지라는 것도 몰랐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 중년 남성은 낯선 사람일 뿐이었으므로 그의 질문에 굳이 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퉁명스럽게 딱 잘라 말했다. “죄송하지만,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재빨리 몸을 돌려 떠났고 노준범에게는 멀어져 가는 뒷모습만이 남겨졌다. 노준범은 계단에 우두커니 서서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그녀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잠시 멈춰 서 있던 그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차갑게 지시했다. “강유진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봐 줘.” 강유진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노준범은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곧바로 원하는 자료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아버지 란에 사망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자 노준범은 오랫동안 침묵에 잠겼다. ... 강유진이 허재열의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비서가 불만을 토로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희는 끝까지 예의 갖춰서 대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