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그것은 그녀와 하재호가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
그때의 하재호는 마치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던 강유진의 세계에 스며든 눈부신 빛.
그 빛을 따라 강유진은 이후 7년 동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걸었다.
다만 안타까운 건, 한때 그녀를 밝혀주던 그 빛이 결국 그녀를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는 사실이었다.
...
그 후 며칠 동안 강유진은 이전과 다름없이 매일 정각에 퇴근했다.
퇴근 전, 깔끔하게 작성한 사직서를 인쇄해 하재호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혹시 어느 날 기분 좋으면 받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런 생각은 다소 엉뚱했다.
최근 며칠, 하재호는 거의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강유진은 나름대로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노윤서도 회사에 없었다.
주채은이 낮은 목소리로 강유진에게 소문을 전했다.
“노 이사님, 요즘 회사도 안 나오고 출퇴근 기록도 안 찍어요. 완전 프라임 사모님처럼 다니더라니까요.”
강유진이 물었다.
“대표님은 알아?”
“당연히 아시죠. 근데 아무 말 안 하세요.”
주채은은 입을 삐죽이며 불만을 드러냈다.
강유진은 놀라지 않았다.
하재호에게 있어 모든 사람은 그가 만든 규칙 안에 있어야 했다.
단, 노윤서는 규칙 밖에 있었다.
그녀는 예외였다.
그것이 바로 하재호가 허락한 것이었다.
하지만 강유진이 신경 쓰는 건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주채은에게 물었다.
“대표님 요즘 회사는 나와?”
“네. 근데 대부분 언니가 퇴근한 뒤에 오세요.”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강유진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재호는 프라임 사장이니, 업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자유로운 건 당연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하재호가 회사에 왔다는 건, 그녀의 사직서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
목요일, 서동민이 강유진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연회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대비하고 두 사람이 답변을 맞춰보기 위해서였다.
강유진은 평소처럼 정각에 퇴근 준비를 했다.
하지만 하재호가 퇴근하기 전에 회사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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