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강유진은 웃는 얼굴로 사과를 반복하며 경찰을 배웅하고 나서야 문제의 장본인을 향해 따졌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얼굴은 차갑게 굳었고 말투마저 냉담했다.
하재호는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짜증스럽게 셔츠 깃을 잡아당겼다.
그의 목덜미에는 붉은 반점이 번져 있었는데 누가 봐도 알레르기였다.
그제야 강유진은 하재호가 술에 취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사람이 7년이나 알고 지냈지만 그의 술 취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주사가 이렇게 심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한밤중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자 그녀는 분노가 치밀어 얼굴이 굳어졌다.
그럼에도 하재호는 예전처럼 그녀에게 명령했다.
“집에 알레르기 약 있어?”
“없어요!”
강유진은 단호히 잘라 말했다. 자기 집이 약국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럼 따뜻한 물 한 잔만 줘.”
하재호는 미간을 짚으며 투덜거렸다. 강유진은 비웃듯 말했다.
“하 대표님, 기억 못 하시나 봐요? 아직도 제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강 비서인 줄 아세요?”
그녀의 날카로운 말투에 하재호는 굳은 얼굴로 꾸짖었다.
“대체 언제까지 떼를 쓸 거야?”
강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일이 이미 이 지경인데도 여전히 ‘떼쓴다’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녀에겐 그렇게 할 시간조차 없었다.
“할 말은 다 했고 할 일도 다 했습니다. 하 대표님이 아직 이해 못 하신다면 돈 드릴 테니 편의점에서 숙취 해소제 챙겨 드시고 정신 차리세요.”
그 말에 하재호의 얼굴은 더욱 굳어지고 눈빛은 칠흑처럼 짙어졌다.
온몸에서 압박감이 퍼져 나왔다. 그는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서동민한테 붙더니 이제 본색을 드러내는 거야?”
한 걸음 다가서며 그는 냉소적으로 덧붙였다.
“강유진, 네가 예전에 나한테 잘 보이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벌써 잊은 거야?”
오늘까지도 그는 여전히 그녀를 개 취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유진은 더 이상 그의 뜻대로 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옛날 일이죠. 하재호 씨, 사람은 변하는 법이에요. 재호 씨도 변했잖아요?”
강유진의 목소리는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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