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선상 직원이 가져다준 멀미약을 받은 홍유빈은 신시후를 일으켜 세워 약을 먹였다.
“가지 마. 옆에 있어 주면 안 될까?”
약을 삼킨 남자는 젖은 듯한 검은 눈동자로 홍유빈을 빤히 응시했다. 그 처연한 눈빛에 홍유빈의 마음도 속절없이 약해졌다.
“알았어. 안 갈 테니까 얼른 잠이나 자.”
그 와중에 홍유빈은 그에게 죽을 반 그릇이나 떠먹였다. 뒷바라지하느라 진을 다 뺀 그녀는 결국 침대맡에 엎드린 채 까무러치듯 잠이 들었다.
하지만 병색이 완연하던 침대 위 남자는 그녀가 잠들자마자 눈을 뜨더니 교활하게 눈을 빛냈다.
...
다음 날, 홍유빈은 후끈거리는 열기에 눈을 떴다. 밤새도록 단단한 통나무를 끌어안고 잔 기분이었다.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코앞에 보이는 조각 같은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왜 내가 침대 위에 올라와 있는 거야?’
심지어 지금 두 사람의 자세는 몹시도 낯부끄러웠다. 홍유빈의 다리는 남자의 두 다리 사이에 단단히 얽혀 있었고 남자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신혼부부의 모습이었다.
홍유빈은 숨을 죽인 채 두 손가락을 이용해 허리에 감긴 손을 조심스레 치우려 했다. 하지만 그 기척을 느꼈는지 남자는 낮은 신음을 흘리며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
더욱 민망한 건, 하복부 쪽에서 느껴지는 심장 박동만큼이나 뜨거운 온도였다.
‘안 돼! 이러다간 정말 대형 사고가 터지겠어!’
홍유빈이 온 힘을 다해 다리를 빼내자 곁에 있던 남자가 마침내 먹빛처럼 깊은 눈을 떴다.
“유빈아?”
아침이라 잔뜩 가라앉은 남자의 목소리가 섹시하게 들려왔다.
“네가 왜 내 방에 있어?”
홍유빈은 입술을 깨물며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침대 밖으로 뛰쳐나갔다.
“똑똑히 봐! 여긴 내 방이야!”
신시후는 이마를 짚으며 무언가 기억해 내려는 듯 연기를 시작했다.
“미안. 어제 내가 멀미하느라 네가 밤새 간호해 준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의 의미심장한 시선은 홍유빈의 전신을 훑었다. 마치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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