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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3화

온심동은 그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그냥 가만히 있으십시오.” “자꾸 제 앞에서 얼쩡거리지 마시고.” 온심동은 이 말을 던지고 바로 돌아서 가려고 했다. 그 경멸의 눈빛은 전혀 하령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하령은 손바닥을 말아 쥐더니, 체념하지 않고 쫓아 나갔다. “대제사장님,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무공은 없어졌지만, 대제사장님을 위해 계책을 꾸밀 수 있습니다!” “당신은 제가 필요할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온심동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경멸의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나에게 사람이 없겠습니까? 제사 일족 중에 그 누가 당신보다 강하지 않겠습니까?” 그 덤덤한 어투는, 순간 칼처럼 날아와 하령의 가슴에 꽂혔다. 하령은 또 입을 열려고 했다. “낙청연은……” 그러나 온심동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령의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 하령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는 온통 억울한 마음과, 분노와 원망이 더해졌다. 그는 그녀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다. 비록 진심으로 원해서 한 것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바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건 싫다. 한참 후, 그는 조소를 자아냈다. “좋다. 네가 듣기 싫다니, 이 비밀을 넌 영원히 모를 거야.” “넌 후회할 거다.” 이 말을 끝내고, 하령은 이를 악물고 돌아서 가버렸다. -- 궁중. “모후! 제 말을 좀 들어주십시오!” “당당한 공주인 제가 언제 이렇게 무시당한 적 있습니까?” 고묘묘는 며칠째 벙어리를 찾지 못하자, 화를 잔뜩 억누르고 화풀이할 데가 없으니, 황후를 찾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황후는 차를 마시며 말했다. “너에게 말하지 않았느냐? 그 벙어리는 매우 중요하니, 다시는 그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그리고 이 일을 절대 침서에게 말하면 안 된다.” “만일 침서를 갖고 싶으면, 반드시 먼저 침서를 완전히 실패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침서가 그 고귀한 머리를 숙이니까!” 고묘묘는 불만스러워하며 앞으로 다가가 앉더니, 황후의 팔을 잡아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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