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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8화

상자를 든 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랑목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그는 암시장에서 한 알을 썼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남은 건 두 알이 넘지 않을 텐데 그중 하나를 그에게 준 것이다. 랑목은 불쾌한 얼굴로 그를 보고 말했다. “뭘 좋아하십니까?” “정말 그냥 겸사겸사 준 겁니다. 구십칠이 꼭 당신에게 줘야 한다고 하지 않았으면 누이도 아까워서 주지 않았을 겁니다.” 랑목이 또 말했다. “참, 예전에 저희 누이를 보호해 준 일은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있으니 앞으로 제가 누이를 지킬 겁니다. 당신은 천궐국으로 돌아가세요.” “섭정왕이라는 자가 이 꼴이 될 필요가 있습니까?” “누이는 당신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아 여국에 온 겁니다. 그러니까 누이를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은 또 벙어리라는 신분으로 누이를 속였으니 누이가 진실을 알게 된다면 더 슬퍼할 겁니다.” “누이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으니 얼른 떠나세요.” 그 순간 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들고 있던 상자를 꼭 쥐었다. 그는 마음이 무겁고 심경이 복잡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문을 열고 떠났다. 밖에 서 있던 구십칠은 벙어리가 나오자 그에게 몇 마디 하려고 했는데 벙어리가 곧바로 떠나는 걸 보았다. 벙어리는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래서 구십칠은 곤혹스러웠다. 어떻게 된 일일까? 고개를 돌리자 랑목이 나오는 게 보여 구십칠이 물었다. “랑목 왕자, 혹시 안 좋은 얘기를 한 것이오?” “벙어리와 낙청연은 생사를 함께 한 사이오. 당신이 그러면...” 랑목은 뒷짐을 지고 불쾌한 듯 말했다. “내가 짐승도 아니고 그를 뭘 어떻게 하겠소? 날 왜 그렇게 경계하는 것이오?” “저자가 기분이 좋지 않은 건 그의 일이지, 나랑 무슨 상관이오?” “우리 누이에게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암시장의 당신과 사이좋은 낭자를 도성으로 데려올 것이오!” 랑목이 위협하자 구십칠은 안색이 달라졌다. “랑목 왕자, 어찌...” “나 랑목이 누구요? 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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