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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은침이 태상황의 손목에 박혀 들어가자 태상황은 붓을 놓치고 뒤로 넘어졌다. 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구석에 있는 그자를 보았다. 류 공공! “부황!” 부경한은 다급히 태상황을 부축했다. 태후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태상황의 손을 힘껏 움켜쥐었고 그 은침은 태상황의 손목에 깊이 박혀 들어갔다. 태상황은 매우 아팠지만 소리를 낼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곧이어 태후는 몸을 일으키며 낙청연에게 호통을 쳤다. “낙청연, 태상황께서는 아직 다 낫지 않으셨다. 태상황을 그만 고생시키거라!” “태상황께서는 이 글을 적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얼마나 진이 빠졌겠느냐? 넌 대체 뭘 위해 이러는 것이냐?” “난 이런 일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태후는 말을 마친 뒤 백관을 물러나게 했다. 사람들은 잇따라 자리를 떴고 침궁을 나와서야 의논하기 시작했다. “태상황께서는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싶었던 것이오? 태후 독이라니?” “태후 마마의 체내에도 독이 있다는 말 아니겠소?” “태후 마마도 독에 당했다고?” “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소. 거 참 답답한 일이군.” 진 태위는 눈살을 찌푸렸다. “태후 마마가 독을 썼다?” 그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안색이 달라지더니 조용히 하라는 듯이 검지를 손가락에 가져다 댔다. “진 태위, 말을 조심하시오.” “모든 건 태상황께서 나으신 뒤에야 알 수 있소.” “우리는 제멋대로 추측하지 않는 것이 좋겠소.” “증거도 없는 일을 입에 올렸다가는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소.” 그렇게 사람들은 흩어졌고 더는 의논하지 않았다. 멀지 않은 곳 처마 밑에서 엄 태사는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는 그들의 말을 들었다. 엄 태사의 눈동자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어찌 됐든 더는 태상황을 살려둘 수 없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 태후도 침궁을 떠났고 문밖으로 나설 때 그녀는 심각한 얼굴로 엄 태사와 눈빛을 주고받은 뒤 그와 함께 떠났다. 낙청연은 허리를 숙여 태상황의 손을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잠깐 아픈 것일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부경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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