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여채아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원유희는 집을 나서기 전 카드를 몰래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아이를 맡기는 것도 미안한데 엄마 돈까지 쓸 수는 없었다. ‘엄마도 그 동안 힘들게 사셨을 거야. 그나마 다시 재혼은 안 하신 게 다행인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원유희는 아파트로 다시 돌아왔다. 터덜터덜 걸어온 원유희가 테이블에 덩그러니 던져진 휴대폰을 들었다. ‘휴, 다행히 문자는 안 왔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김신걸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를 풀어준 뒤로는 더 이상 그녀를 귀찮게 하고 있지 않았다. ‘영원히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어…….’ 어느새 시간은 7시를 가리키고 아침 햇살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원유희의 얼굴을 비추었다. ‘이제 1주일만 있으면 여권을 받을 수 있어.’ 그녀가 원하는 바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져만 갔다. 작은 변수 하나가 그녀의 계획을 망가트릴 수도 있었으니까……. 정신없는 하루가 흐르고 퇴근 준비 중이던 원유희는 늦은 밤에 아이들을 보러 가는 게 맞는 건지 고민하고 있었다. 역시나 착하게 말도 잘 듣고 얌전하게 있다는 엄마의 문자에 안심이 되면서도 바로 가까이 있다는 생각에 잠깐 얼굴이라도 보고 오고 싶은 욕심이 치밀었다. ‘아니야. 괜히 갔다가 김신걸이 뭔가 눈치채기라도 하면 어떡해…… 어차피 1주일 뒤면 이곳을 떠나 매일매일 아이들 곁에 있을 수 있잖아…….’ 원유희가 갈등하던 그때 익숙한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파고들었다. “원유희, 너 아직도 여기 있어?” 고개를 든 원유희의 시야에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한 손예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교하게 세팅된 손예인이 코웃음을 쳤다. “퍼펙트 성형회과도 이제 끝이네. 너 같이 예의 없는 직원을 자르지도 않고 말이야.” 바로 그때 누군가 또 성형외과로 들어왔다. “당연히 유희한테서 받아야지.” 불쾌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 손예인은 방금 전 목소리의 주인공이 원수정인 걸 발견하고 바로 팔짱을 낀 채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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