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김신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밀었다. “으악!”원유희가 중심을 잃고 테이블 위로 넘어지면서 컵 안의 물 때문에 그녀의 머리가 흠뻑 젖었다. 김신걸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여유로운 표정으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 원유희를 성추행하려고 했던 임 사장이 김신걸에게 다가가 술을 따랐다. “어! 김 선생님 오셨네~ 제가 술 한 잔 올리겠습니다!” “야 원유희! 네가 따라봐.” 김신걸이 임 사장 손에 들린 술을 거칠게 뺏어 원유희에게 주었다. 원유희는 수치심으로 온몸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그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김신걸의 잔에 술을 따랐다. “나…… 이제 가도 될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원유희가 목소리를 덜덜 떨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두 사람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김신걸은 마치 그 무리의 우두머리처럼 그곳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듯했다. “왜 오자마자 간다고 그래?” 임 사장이 원유희에게 술을 따라주며 “김 선생님하고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걸 영광으로 알라고~”그가 말했다. “술 못하는데…….” 원유희가 고개를 돌렸다. 김신걸은 그녀의 아래턱을 잡아끌며 “거짓말, 네 몸속에는 남자한테 술 따라주는 유전자가 있잖아.”라고 말했다. 원유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보았다. “돈에 눈이 먼 그 여자가 가르쳐주지 않아?” “우리 고모는 내연녀가 아니야. 네가 오해한 거야…….” “당연하지, 너도 그 여자랑 같은 부류니까. 감싸고돌고 싶겠지.” 김신걸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턱을 잡고 있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으악!” 원유희가 비명을 질렀다. “원유희, 무슨 배짱으로 돌아온 건지 모르겠지만, 넌 이제 끝이야.” 김신걸은 그녀의 뺨을 툭툭 치고는 손을 거두었다. 원유희는 몸에 힘이 쭉 빠져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자, 이리 와서 나랑 술이나 마시자고.” 옆에 있던 임 사장이 다가와 그녀에게 술을 건넸다. 다른 남자들도 그녀의 몸을 잡아 이끌어 소파에 앉혔다. 며칠 내내 영양실조였던 원유희는 힘이 없어 소파에 누워있었고, 남자들은 누운 그녀의 입에 술을 따랐다. 그들이 주는 양주는 너무 써서 원유희가 고개를 돌려 술을 토했다. 그 사이 한 여자가 김신걸 옆으로 달려가 술을 따르며 그의 어깨에 기댔다. 하지만 김신걸의 시선을 오로지 소파에 누워있는 원유희를 향해 있었다. 잠시 후 원유희가 만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사이에 누군가가 그녀의 허벅지를 만졌고, 깜짝 놀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소파에서 막 일어난 그녀는 속이 울렁거렸고 바로 변기를 부여잡고 토를 했다. 먹은 게 술 밖에 없는 원유희는 술만 뱉어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해?’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세상에 혼자 남은 그녀는 고모가 없었으면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말 김신걸 말대로 고모가 나쁜 사람이었다면…… 원유희를 거두어 키웠겠는가. 원유희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김신걸을 만나고 난 이후부터였다. 그녀는 가끔 김신걸을 오빠라고 불렀던 때가 떠올라 자다가도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곤 했다. 화장실에 앉아 토를 하던 원유희는 밖에서 들리는 문소리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김신걸이 들어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술도 마셨으니까 나 이제…… 으악!” 원유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신걸이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뒤로 젖혔다. 그녀의 목은 핏줄이 훤히 보일 정도로 하얬고, 그녀의 위에는 악마의 얼굴을 한 김신걸이 서있었다. “나 이제 가도 될까…….” 술 때문인지 원유희는 잡아당겨진 머리카락이 아프지 않게 느껴졌다. 어쩌면 김신걸이 무서워서 그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내…… 내가 어떻게 해야 보내줄 거야?”그녀는 숨을 헐떡였다. 김신걸은 그녀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하얀 그녀의 목선을 바라보았다. 그가 몸을 낮추더니 그녀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네 몸이 정직한지 아닌지 확인 좀 해볼까?” 그의 입술은 원유희의 하얀 목선을 물어뜯었다. “으악!” 원유희는 이를 악물고 몸을 벌벌 떨었다. “이렇게 쉽다고? 그래?” 원유희의 어깨가 칼에 베인 것처럼 화끈거렸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서 김신걸의 가슴팍에 몸이 숙여졌다. “내가 잘못했어.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발 나 좀 그만 괴롭혀.” 그는 그녀의 애원에 전혀 개의치 않고 그녀의 턱을 억지로 쳐들었다. “나한테 용서를 빌지 마, 차라리 싫다고 해 그게 덜 위험하니까.” 원유희는 당겨진 두피가 아파 얼굴이 붉어졌으며, 천장의 LED 불빛 때문에 눈도 뜨지 못했다. 술기운이 점점 강해져 눈도 떠지지 않았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팠다. “왜 꼭 나야 해? 도대체 왜?”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그 탐욕스러운 여자를 괴롭히려면 너만 한 포로가 없지. 그 여자는 널 끔찍이 사랑하잖아.” 김신걸은 원유희를 이용해 고모를 괴롭히려고 했다. 자신의 가정을 파탄 낸 고모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 원유희도 이해는 갔다. 하지만 그의 복수 방식은 잘못됐다. 김신걸의 지속적인 괴롭힘 때문에 그녀는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김신걸! 내가 열두 살이 되던 해…… 그거로 부족해?” 원유희가 말했다. “부족하지! 죽지 말고 버텨. 죽여달라고 애원할 만큼 괴롭혀 줄 테니까. 너를 죽이고 난 다음은 그 여자야.” 김신걸이 말했다. “제발 이러지 마!” 그녀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이 든 원유희가 깜짝 놀라 일어나 보니 호화로운 저택 안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김신걸은 그곳에 없었다. 그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소파에 누워 술을 받아먹은 후의 일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 어깨가 왜 이렇게 아프지?’ 그녀는 숙취로 머리가 깨질 듯 아팠지만 이상하게 어깨가 더 아팠다. 욕실로 간 그녀는 블랙 드레스를 벗고 거울을 보았다. 그녀의 하얀 어깨에 핏빛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이건 김신걸의 짓이 분명해.’ 그가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어깨가 빨갛다 못해 피 멍이 들어 검붉었다. 이 상처는 열흘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악마 같은 김신걸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아니? 어릴 적보다 훨씬 더 악마가 되었다. 그는 사탄이다.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해.’ 원유희는 날이 밝을 때 이 지역의 지리를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부촌의 이름은 남월만이고, 저택의 이름은 어전원인데 이곳의 땅값은 평당 1억을 호가했다. 남월만을 김신걸이 허락 없이 멀쩡한 두 다리로 걸어서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가 허락하지 않고서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었다. 원유희는 방 안에 숨어 고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모, 지금 남월만의 소유자가 누구죠?” “남월만? 모르겠는데? 하지만 남월만을 소유하고 있는 세력이 제성을 주름잡고 있다고 하더라. 사람들도 남월만의 주인이 궁금하기는 한데, 다들 화를 당할까 무서워 한대.” “…….” “그러고 보니, 네가 없는 사이에 제성도 참 많이 바뀌었네.”원수정이 말했다. 원유희는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신걸은 세력을 점점 확장해 제성을 집어삼킬 게 분명하다. 제성의 큰손들이 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김 씨 가문의 사람들조차도 김신걸이 얼마나 독한지 모른다. “아, 맞다 유희야! 남월만의 주인이 드래곤 그룹의 최고 유권자랑 동일인물이라더라.” “드래곤 그룹이요?” “그래! 제성에서 가장 높은 마천빌딩 알지? 그 짧은 5년 사이에 빠르게 성장해서 부자가 됐다니까? 이제 제성의 왕이 된 거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사업 수완이 그렇게 좋을까? 정말 신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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