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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살려줄 생각이 아예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비교적 오래된 주택단지였기에 CCTV가 없는 구석이 많아 피의자를 수색하기 여간 어렵지 않았다. 다년간 사건을 수사해 온 원봉은 형사들만의 감이 왔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하지만 사건 수사는 감으로 하는 게 아니었고 증거가 필요했다. 결론만 말하면 원봉은 가능한 의심스러운 점을 다 수사할 것이다. 아니면 원유희는 정말로 살인범으로 될 것이다. 사무실에 돌아와서 시간을 보자 이미 2시가 다 되어 갔지만 원봉은 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위에서 이미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명령이 떨어졌고 그렇지 않으면 사식서 쓸 준비를 하게 되었다. 원봉은 원유희의 빽이 김신걸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김신걸은 살짝만 움직여도 전국의 경제까지 영향을 주는 사람이었기에 원봉은 스트레스가 엄청 많았다. 이때 윤설이 원봉을 찾아왔다.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모니터 앞에서 눈썹을 찌푸리며 사건 자료를 보고 있던 원봉은 윤설임을 확인하고 다가갔다. “이 늦은 시간에는 무슨 일로 찾아왔어요?” “낮에 취조하실 때 빠뜨려서 얘기 못 한 일이 있거든요. 그래서 특별히 찾아와서 말하려고요.” “앉아요, 무슨 일인데요?” 윤설은 자리에 앉아 입을 열었다. “전 아무리 생각해도 원유희가 살인범이라고 생각해요. 전에 기억을 잃지 않았을 때 칼을 들고 절 죽이려 우리 집에 찾아오기까지 했어요. 마침 우리 집에 찾아온 신걸 씨가 막아줘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요. 신걸 씨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분명히 얘기하지 않을 거예요. 근데 그 당시 집에 아주머니도 계셨으니까 증인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요.” 원봉은 이 얘기를 기록했다. “원유희가 정말로 기억을 잃었다고 믿으세요?” 윤설이 물었다. “왜 이렇게 묻는 거죠?” “기억을 잃었다고 쳐도 의사 선생님이 지금은 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이라고 하던데 벌써 기억을 다 찾고 연기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원봉은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입밖으로 얘기하진 않았다. “거짓말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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