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화
순간, 룸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모두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박시형을 바라보았다.
델포이 그룹의 회장은 그들이 살아온 세계와는 아예 다른 차원의 존재였다.
그 자리에 있던 누구보다 성공한 고태빈조차 그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그의 앞에서 누구도 함부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래서 규영이가 마일테크 기술팀에 있는 거구나...’
식사는 이어졌지만 공기에는 여전히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행히 박시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태도는 의외로 겸손했고 말투도 부드러웠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었다. 박시형 같은 사람과 이렇게 한자리에 마주 앉을 기회가 아마 평생 한 번뿐일 거라는 것을.
술자리가 절반쯤 지날 무렵 서규영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라야, 우현아. 결혼 축하해. 오늘 초대해 줘서 고마워. 그런데 우리 이제 가봐야 할 거 같아... 오빠 회사에 일이 있어서.”
순간, 소미라와 장우현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감히 박시형 같은 거물에게 함부로 뭐라 할 용기가 없었다.
“그, 그래. 박 회장님 바쁘신데 얼른 가보세요.”
그렇게 서규영은 박시형의 팔을 끼고 문 쪽으로 향했다.
그때, 고태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굴은 술기운에 벌겋게 달아올랐고 눈빛은 이미 초점을 잃고 있었다.
“서규영! 거기 서!”
그는 비틀거리며 다가와 서규영의 팔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순간, 고태빈의 손은 단단한 벽에 부딪힌 듯 허공에서 멈췄다.
박시형의 넓은 어깨와 단단한 몸이 한 겹의 산처럼 그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고태빈의 가슴속은 답답함으로 꽉 막힌 듯했다.
‘규영이와 나는 3년을 부부로 살았어. 그런데 고작 한 달 남짓 만난 저 남자보다 내가 더 하찮은 존재라고?’
게다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서규영이 그의 아내였다는 사실과 두 사람이 한때 결혼했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때, 장우현은 박시형의 눈빛 속에서 서늘한 살기를 느꼈다.
순간적으로 위험을 직감한 그는 재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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