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화
고태빈의 시선이 서규영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이미 식사를 마쳤지만 접시 위에는 손도 대지 않은 음식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느긋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규영 씨는 왜 이렇게 안 드세요? 입맛이 없으신가요?”
‘입맛이 있을 리가 없지. 자기가 깔보던 사람이 이제 섀도우라는 이름으로 자기 윗사람이 됐는데 속이 편할 턱이 있나.’
하지만 서규영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언젠가 그들이 자신을 자극하려 들 거라는 걸.
그래서 그녀는 피하지 않고 고태빈을 똑바로 바라봤다.
“입맛이 없는 게 아니라 입맛이 떨어져서요.”
말을 마친 서규영은 고태빈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 미소가 너무 눈부셔 고태빈은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
지금의 서규영은 마치 껍질을 벗고 완전히 새로 태어난 사람 같았다.
화려한 화장도 번쩍이는 장신구도 없는데 그 얼굴은 마치 맑은 물 위에 피어난 연꽃처럼 투명했다.
옷차림은 단정했지만 자유로웠고 움직임 하나하나에 여유와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과거의 그녀는 고태빈 앞에서 늘 다정하고 얌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말 한마디, 시선 하나에도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그 변화가 이상하게도 고태빈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만약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었다면 내가 그렇게 외면하진 않았을 텐데.’
그는 와인잔을 무심히 돌리며 그 생각을 곱씹었다.
그때, 박해은이 그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태빈 오빠...”
고태빈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때, 테이블 끝에서 누군가 툭 내뱉듯 말했다.
“어?... 규영 씨, 두 분 서로 아는 사이세요?”
박해은이 먼저 나섰다.
“당연하죠. 우리 셋은 오래된 인연이에요.”
육경민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럼 규영 씨는 예전부터 섀도우가 누군지 알고 계셨던 거예요? 전에 물어봤을 땐 모른다고 하셨잖아요.”
서규영이 부드럽게 웃었다.
“제가 아는 섀도우와 여러분이 아는 섀도우는... 좀 많이 다른 거 같아요.”
그 한마디에 박해은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어쩌면 서규영이 ‘진짜 섀도우'의 정체를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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