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고태빈의 말투가 더 차가웠다.
“서규영, 너 어제 왜 외박했어?”
서규영은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고태빈, 우리 이혼했잖아. 알고 있는 거지?”
“또 이혼으로 날 협박하려고? 서규영, 너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서규영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고태빈이 말을 이어갔다.
“난 너랑 놀아줄 시간 없어. 본론만 얘기할게. 우리 어머니가 드시던 혈당 낮추던 약 다 드셔서 이젠 없어. 그거 사서 돌아가. 그리고 차 키는 현관 쪽 서랍에 놔둬. 나 내일 중요한 일 때문에 은행에 가봐야 하니까. 설마 내가 네 그 경차를 타고 가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됐고, 난 이만 회의 들어가야 하니까 얼른 집에 돌아가. 저녁에 밥 먹으러 갈게.”
말을 마친 뒤 고태빈은 전화를 끊었다.
서규영은 이 상황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녀는 고태빈이 자신의 마음을 돌리려고 일부러 연락했다는 걸 알았다.
물론 그 목적은 그녀가 장경희를 계속 돌봐주길 바라서일 수도 있고, 그녀의 롤스로이스를 다시 가져가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고태빈은 늘 둘 사이에서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 저녁을 먹는 것이 그에게는 엄청난 은혜를 베푸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그 점을 미처 몰랐지만 지금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그러니 당연히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고태빈의 전화에 서규영은 아주 중요한 일을 아직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박시형은 줄곧 먼 곳에 서 있었다.
그는 서규영의 통화 내용을 엿듣지 않았다.
서규영이 다시 돌아왔을 때 박시형은 자연스럽게 한마디 물었다.
“내가 도와줄 일이라도 있어?”
서규영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박시형이 입을 열었다.
“잠시 뒤에 어디로 갈래? 내가 바래다줄게.”
“괜찮아. 오빠는 회사로 가.”
오전에 함께 호텔에서 나왔기 때문에 서규영도 직접 운전을 했다.
박시형은 서규영에게 다른 볼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굳이 묻지 않았다.
그는 서규영에게 키를 건네며 말했다.
“이건 문라잇 별장 키야. 난 여기서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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