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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고태빈은 차갑게 말했다. “여기 너희 학교랑 가까워. 집 구할 때까지 여기서 지내. 그리고 나는 당분간 회사에서 지낼 거야.” 고태빈은 곧장 차를 타고 떠났다. 회사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고태빈은 피곤해 죽을 것 같았다. 그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창문 밖 네온사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문득 서규영이 떠올랐다. ‘서규영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서규영과 결혼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고태빈은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해봤다. 서규영이었다면 분명히 그를 위해 온갖 자잘한 일들을 처리해 줬을 것이다. 게다가 서규영은 절대 고나율이 이렇게 큰 사고를 치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고태빈은 결혼 후 단 한 번도 집안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규영이 집을 떠난 뒤로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었다. 삶의 질서가 무너진 느낌이었다. 고태빈은 휴대전화를 들어 서규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보, 보고 싶어.] 이때 서규영은 박시형과 함께 야식을 먹고 있었다. 박시형은 야식을 먹는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오가윤은 요리 솜씨가 좋았다. 서규영은 이곳으로 이사 온 뒤로 매일 저녁 박시형과 함께 야식을 먹느라 살이 1kg 쪘다. “어디서 데려온 고양이야?” “예전에 키우던 애야.” “그래? 이름은 뭔데?” “나비.” “그러면 앞으로 나비가 날 아빠라고 불러도 돼?” “아니.” “왜?” “나비는 말을 못 하니까.” 서규영은 국을 마시면서 박시형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갑자기 휴대전화 화면이 밝아졌다.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한 서규영은 고태빈이 보낸 메시지를 보았고 그 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입맛도 뚝 떨어졌다. 서규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먼저 방으로 돌아가서 쉴게. 잘 자.” 박시형은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를 건넸다. “너도.” 방으로 돌아가서 문을 닫는 순간 서규영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로 고태빈이 보낸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와 그녀를 휩쓸었다. 고태빈이 보낸 문자에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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