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손태하는 아파트 단지를 나온 뒤, 곧장 차를 몰아 회사로 향했다.
차를 막 회사 건물 아래에 주차하고 입구 쪽으로 걸어가던 참에 마침 윤재형이 정면에서 걸어오는 게 보였다.
“헐! 손태하, 너 차 가지고 왔어?”
손태하가 주차 구역 쪽에서 걸어오는 걸 본 윤재형은 깜짝 놀란 눈으로 물었다.
‘이 자식, 차도 있었어?’
“어. 대표님 차야. 지금은 안 타신다길래 가끔씩 내가 좀 타고 있어. 오래 세워두면 차 망가지잖아.”
손태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평소에는 출퇴근 시간이 겹치지 않아서 몰랐을 테지만 오늘은 계약서를 전해주는 길에 딱 마주쳐버린 것이다.
“와, 대박인데? 대표님이 차를 너한테 맡길 정도면, 두 사람 보통 사이가 아니구나? 어느 차가 대표님 거야?”
“무슨 소리야. 저기 저 BMW X7이야.”
손태하는 웃으며 윤재형의 어깨를 툭 치고는 아까 막 주차해둔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BMW X7이라고? 야, 너랑 대표님, 분명 뭐 있지!”
“헛소리 그만해. 말했잖아. 대표님이 차를 오래 세워두면 망가질까 봐 그냥 가끔씩 운전 좀 해달라고 맡기신 거라고. 이 차도 벌써 석 달 넘게 안 움직였거든. 배터리도 다 방전됐고. 너도 알잖아, 차는 오래 세워두기만 하면 금방 고장 난다고.”
“맞지, 네 말대로 차는 오래 세워두면 금방 망가지는 법인데...”
윤재형은 말하다 말고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입가엔 뭔가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고 그는 바짝 다가오며 말했다.
“야, 나 들은 얘긴데 우리 대표님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끝내주는데다 아직 솔로래. 생각해봐. 차도 오래 안 굴리면 고장 나는데, 여자도 오랫동안 남자가 없으면 어떻게 되겠냐? 흐흐흐, 너도 알잖아?”
“와, 야 진짜!”
손태하는 그 말을 듣고 단번에 눈치챘다.
‘이 자식,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대표님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은근한 농담조차 없었고 오히려 강소연이 그의 팔뚝을 만지작거리던 적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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