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연이어 네 번의 비명이 들렸고 활활 타오르던 횃불들이 땅에 떨어져 흩어졌다.
온 숲속은 횃불이 타오르는 장작 터지는 소리 말고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
주석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에 묻은 핏자국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절정의 기력에는 미치지 못하니 싸울 때마다 몸을 온전히 피하지 못한 탓이었다.
주석호는 멍하니 서 있는 송호를 돌아보며 낮게 외쳤다.
“밤이 깊었으니 서둘러 쉬어라.”
말을 끝내고는 피 묻은 겉옷을 벗어 던지고 곧장 마차 안으로 몸을 숨겼다.
송호는 그제야 제정신이 들어온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에 널린 시신과 핏물이 실개천처럼 모여 흐르는 참혹한 광경을 보자 목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이튿날 새벽 해가 막 솟아오를 무렵 주석호는 먼저 눈을 떴다.
차에서 내린 후 땅에 있던 핏자국은 이미 말라붙어 검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몇몇 나무줄기와 나뭇잎에 묻은 핏자국은 어젯밤의 격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주석호는 송호가 탄 마차 앞으로 다가가 문틀을 두드렸다.
“깨어나라, 날이 밝았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쪽에서 울먹이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소요왕 마마!”
마차 문이 열리자 송호의 공포에 질린 얼굴이 드러났다.
주석호는 송호의 눈 밑에는 시꺼먼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의아해서 물었다.
“너 어젯밤에 안 잤느냐?”
송호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쇤네가 어찌 감히 잠을 자겠습니까? 너무 무서웠습니다!”
주석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송호는 흐느끼며 말했다.
“마마, 정말 두렵지 않으셨습니까?”
“별일도 아니지 않느냐.”
주석호는 고개를 저었다.
용병으로 활동할 때 그는 열병기를 사용하는 전쟁에 참여한 적도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전쟁이었다!
그런 참혹한 장면 속에서 주석호는 잠은 물론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을 수도 있었다.
이 사람들은 온전한 시체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런 장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송호는 그 대답을 듣자 더욱 경탄한 눈빛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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