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대감, 잠깐만 기다리시오.”
“마마, 왜 그러십니까?”
주강현이 물었다.
예전 같았으면 결코 이렇게 공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석호가 고작 한 대야의 물로 진실을 캐내자,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대대적으로 군을 일으키면 김씨 일족은 필연코 항전에 나설 것이고, 숙주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오. 만일 몇 놈이라도 달아난다면 그야말로 화근을 남기는 셈이지.”
주강현은 곰곰이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주석호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차라리 허를 찌르는 것이 어떻겠소. 겉으로는 대감이 군을 일으켜 내 원수를 갚겠다 떠들썩하게 준비하는 듯 보이게 하고, 뒤로는 소수 정예를 잠입시켜 김씨 일족을 송두리째 쓸어버리는 것이오.”
“오호라!”
주강현의 눈빛이 번쩍였다.
“김씨 일족이 혹 경계를 한다 해도, 대군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미처 달아나진 못할 것입니다.”
“그렇소.”
주석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주강현은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마마는 며칠간 제 저택에 머무르십시오. 제가 김씨 일족을 평정한 뒤에 숙주로 돌아가셔도 늦지 않을 겁니다.”
한 시진 후, 서남 대군의 장수들에게 소요왕의 원수를 갚으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요란스러운 동원령 아래, 수백 명으로 이루어진 소부대가 밤을 틈타 숙주로 향했다.
김씨 가문.
핵심 인물들이 모두 대청에 모여 있었다.
남양의 자객들을 내보낸 뒤로는 단 한 발짝도 밖을 나서지 않았다.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시거나, 심지어 용변조차도 집안에서만 해결했다.
모두 김준이 입단속을 위해 내린 철저한 명이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니, 어느덧 밤이 깊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문 사람들의 얼굴에도 불안이 짙게 드리워졌다.
“아버지, 놈들이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실패한 건 아닐까요?”
김필승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만일 실패했다면, 우리를 불어버린 건 아닐지...”
김준 역시 심기가 무거워 보였으나, 아들의 걱정은 대수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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