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그가 몇 걸음 옮기자, 몇 사람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앞장선 자가 큰소리로 물었다.
“누가 김준이오?”
김준은 노쇠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기세 당당히 나서며 응수했다.
“나요.”
“자네는 누구시오? 한밤중에 김씨 가문을 침범하다니!”
선두에 선 자가 냉소를 지으며 곧장 패쪽을 꺼내 보였다.
“난 안정후 휘하 부장 양지태라고 하오. 안정후의 명을 받들어 반역 무리를 체포하러 왔소!”
‘반역’이라는 두 글자에 김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이 일제히 굳어졌다.
다만 김준만은 흔들림 없이 담담히 물었다.
“양 장군, 알아들을 수 있게 분명히 말해 주시오. 반역자가 누구란 말이오?”
“아직도 시치미를 떼시오?”
양지태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자네의 계책은 대감께서 이미 훤히 꿰뚫고 계시오. 그러니 더는 발뺌하지 마시오!”
김준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나 아직 체념할 수는 없었다.
“양 장군, 무릇 일을 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오. 무엇으로 우리 가문이 반역했다 단정할 수 있소?”
“증거?”
양지태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자네들이 남양과 내통하여 마마를 시해하려 했다는 것이 곧 증거지!”
김준의 표정이 그제야 굳어졌다.
이미 모든 게 드러난 게 분명했다.
“여봐라! 모두 결박해 두어라. 대감과 소요왕께서 친히 오셔서 문초하실 것이다!”
“뭐라? 소요왕이라 했소?”
그 말에, 김준의 담담하던 얼굴에 처음으로 놀란 기색이 번졌다.
“정말로 마마께서 자네들 손에 죽었다고 믿었던 거요? 마마를 너무 얕잡아봤군.”
양지태의 머릿속에는 주석호가 새로 고안한 형벌이 떠올라, 등골이 서늘해졌다.
곧 김씨 가문 사람들이 하나하나 결박되었고, 양지태는 인원을 확인하며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김 가주, 김필승은 어디 있소?”
묵묵히 잡혀 있던 김준은 그 이름이 나오자 오히려 입꼬리를 올렸다.
“그 아이는 이미 떠났소.”
“떠났다고? 어디로?”
양지태가 다그치자, 김준은 껄껄 웃어댔다.
“자네들 손이 닿지 못할 곳으로 갔지.”
“뭐라!”
양지태는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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