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3화
빌라에 도착하자마자 임윤슬은 부모님 방을 정리해 드렸다.
새로운 세면도구와 잠옷을 꺼내두고 침구까지 다시 정돈했다.
박진주는 그런 딸의 손놀림을 바라보다가, 반면 자신은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생각에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
곁에 있던 허웅정이 아내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며 물었다.
“왜 그래, 여보.”
박진주는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
“얘가 이렇게 다 알아서 하는 거 보면 마음이 짠해. 어릴 때 분명 힘든 일 많이 겪었을 거야.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뭐든 척척 하겠어? 나를 좀 봐봐. 나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박진주는 자기 객관화가 철저하게 되어 있었다.
허웅정은 숨을 깊이 내쉬었다.
박진주는 어려서부터 부족함 없이 자랐고 집안의 막내딸로 온갖 사랑을 받았다. 물 한 방울 손에 닿을 일이 없을 만큼 귀하게 컸다.
결혼할 때도 박진주는 너무 어려 가족들이 선뜻 보내지 못해 난리였고 허웅정 역시 가족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생을 꽤 했다.
결혼 후에 그는 한 번도 아내에게 집안일을 맡긴 적이 없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순수하고 밝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제 윤슬이도 돌아왔는데 웃을 일만 남았지. 왜 자꾸 울어.”
허웅정이 다독이자 박진주는 눈물을 닦고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
임윤슬이 막 이불을 마저 펴던 참, 공지한과 임유승이 도착했다.
그리고 두 아이는 방으로 흩어져 선물을 뜯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임유나가 화사한 공주 원피스를 갈아입고 나왔다.
“아빠, 엄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저 좀 봐요. 예쁘죠?”
임유나는 방에서 뛰어나오면서 치맛자락을 살랑였다. 그 모습은 그 자체로 동화 속 주인공 같았다.
식구들은 거실에 모여 임유나를 둘러싸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임유나는 몇 바퀴를 빙그르르 돌고 나서 임윤슬을 향해 말했다.
“엄마, 나 이 원피스에는 유리구두가 필요해.”
임윤슬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진주가 먼저 손을 들었다.
“그럼. 당연히 유리구두를 신어야지. 내일 외할머니가 사줄게.”
“엄마,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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