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4장 익명의 제보
경찰이 유지호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난 유지호가 나서줘서 참 감동이었다.
유지호는 유선영의 사촌 오빠였으니 이런 말을 하는 건 유씨 가문에 불리했다.
이어 또 한 번의 응급조치가 이어지고 전류가 온몸을 타고 흐를 때, 난 정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동안 죽을 고비를 많이 넘겼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느껴지는 응급 상황은 처음이었다. 정말 이러다가 죽는 걸까?
내 생명이 조금씩 멎어가는 걸 느끼며 난 강유정과 소여름이 눈에 밟혔다.
아직 아이 과외도 해주지 못했는데 벌써 죽는 걸까?
난 또다시 꿈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미 떠난 사람들과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뒤섞여 보였다.
죽기 전에 주마등처럼 인생을 되돌아본다고 들었는데 이젠 점점 초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힘들어 이렇게 죽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가족에게 미안한 걸 제외하면 더 이상 망설일 것도 없었다.
안민혁의 부모님도 돌아왔고 안민혁도 의식을 되찾았으니 이제 모든 게 안심이었다.
의식이 점점 흐려지고 온몸이 차게 식어갈 때쯤 안민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희주야, 희주야 잠들면 안 돼. 절대 잠들면 안 돼.”
“희주야, 정신 차려봐. 제발 살아줘. 난 네가 필요하니까 제발 눈 떠!”
안민혁은 계속 내 이름을 불렀고 누군가 내 손을 확 낚아채 세게 쥐는 게 느껴졌다.
안민혁이 너무 꽉 쥐어 손목이 으스러질 것 같았다.
그때 기계 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소성진이 말했다.
“심장이 다시 뛰어요!”
난 내 주변으로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게 느껴졌고 꽉 잡힌 왼손이 유난히 따듯하게 느껴졌다.
천천히 눈을 뜨자 눈물범벅이 된 안민혁이 보였고 난 이렇게 무너진 안민혁은 처음 보았다.
내가 손을 살짝 움직이자 안민혁이 손을 더 세게 쥐어왔다.
“오빠.”
내가 작게 입을 중얼거리자 안민혁이 다가왔다.
“말해. 뭐든지 말해.”
“손, 아파.”
난 힘겹게 몇 글자를 뱉었고 그 순간 소성진이 안민혁을 휙 밀어냈다.
“응급 상황이니 보호자는 잠시 나가주시고 그러다가 손목까지 부러지면 우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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