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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장

“기준 씨, 설마 나랑 한 약속 잊었어? 기준 씨 라엘 언니랑 완전히 끝났다고 했잖아. 라엘 언니랑 최대한 빨리 이혼하겠다고, 절대 라엘 언니랑 자지 않겠다고 했었잖아. 그걸 잊은 거야?” 여자 기숙사는 아주 조용했기에 정아름의 흥분한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고 정라엘은 그 말을 모두 들었다. 정라엘은 물을 한 잔 따라서 마셨다. 왠지 모르게 물이 쓰게 느껴졌다. 강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다. “기준 씨, 너무 보고 싶어. 나 지금 기준 씨 보고 싶어. 빨리 와서 나랑 있어 줘.” 강기준은 휴대전화를 들고 긴 다리를 뻗으며 자리를 떴다. 정라엘은 고개를 들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강기준은 정아름을 찾으러 갔을 것이다. 노지우는 잠깐 끼어든 사람일 뿐, 강기준이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은 정아름이라는 걸 정라엘은 잠깐 잊었다. 정아름의 전화 한 통, 말 한마디에 강기준은 바로 떠났다. 그날 밤은 결국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정라엘은 자조하듯 웃었다. 강기준은 복도로 나가서 미간을 찡그린 채 말했다. “아름아, 지금은 못 가.” 정아름은 화를 냈다. “왜? 설마 라엘 언니랑 같이 있으려고? 기준 씨, 잘 생각해. 기준 씨는 나랑 라엘 언니 중에서 한 명만 고를 수 있어. 오늘 밤 날 찾으러 오지 않는다면 후회하게 될 거야!” 정아름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강기준은 입을 꾹 다물었다. 강기준은 휴대전화를 쥐고 고개를 돌려 정라엘의 기숙사를 바라봤다. 예전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정아름을 찾으러 갔겠지만 지금은 망설여졌다. 이때 휴대전화 알림이 울렸다. 서다은이 그를 팔로우했다는 내용이었다. 서다은은 그에게 캡처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그건 서다은과 정라엘의 채팅 내용이었다. 정라엘이 말했다. [다은아, 내 친구가 남편이랑 잤거든. 그날 처음 잔 거야. 그런데 자고 난 뒤에 그 남편이 내 친구를 찾지도 않고 무시한대. 왜 그런 것 같아?] 그날 밤 이후로 강기준이 자신을 멀리한다는 걸 느낀 정라엘은 친구인 서다은에게 고민 상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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