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5화
예린도 깜짝 놀랐다. 그녀는 아직 은수가 이렇게 크게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차수현은 은수의 정서에 너무 큰 영향을 미쳤다.
예린도 한 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자신이 이 전화를 받아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은수 씨, 진정해요."
예린은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 은수를 잡아당겼다.
"만약 수현한테 정말 무슨 일이 생겼거나 그녀가 생각을 바꾸었다면, 나는...... 나는 당신들을 위해 물러날게요. 그러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요. 상처도 아직 다 낫지 않았는데."
은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진정을 되찾으며 예린을 바라보았다.
"걱정 마요. 그녀가 무슨 이유로 날 찾든, 내가 결정한 일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약혼식은 계획대로 진행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은수는 이미 이곳에서 유유히 예복을 고를 기분이 아니었다.
"당신은 여기서 계속 골라요. 나는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갈게요."
은수는 예린에게 자신을 만류할 기회를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
예린도 이 남자가 지금 폭발하기 직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 계속 무슨 말을 매달린다면 그저 그를 귀찮게 만들 뿐, 그녀는 쫓아가지 않았다.
은수는 예복점에서 나와 바로 차에 탔다.
그는 시동을 걸고 싶었지만 깁스를 한 왼손은 지금도 자신이 부상자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고, 그는 미라처럼 꽁꽁 싸인 팔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
예린과의 약혼에 동의한 원인은 남녀의 감정과 상관없었고 그저 그녀에게 명분을 주는 동시에 자신의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차수현에 대해서는…...
은수는 이미 그녀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그토록 미워했고, 온가네의 모든 것을 미워했으니 이렇게 전화를 한 것도 단지 그에게 부탁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그녀는 단지 자신이 잘 지내기를 바라지 않고, 계속 그를 갖고 놀며 그것을 낙으로 삼을지도.
여기까지 생각하자 은수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비록 수현을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휘둘리는 장난감은 아니었다.
남자는 바로 휴대전화를 열어 수현의 모든 연락처를 모두 차단했다.
그가 비굴하게 그녀를 붙잡을 때,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니 앞으로 그도 절대 다시는 이 여자의 말 한마디 때문에 고개를 돌리지 않을 것이다.
......
은수가 전화를 끊은 후, 수현은 그곳에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심지어 유담의 정체를 은수에게 알리려 했지만 그는 듣기조차도 싫었다.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세게 깨물었고, 피가 흘러나오는 따끔한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수현은 손을 들어 핏기를 지운 뒤, 다시 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태도가 어떻든 그녀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전화는 한 번 울리더니 바로 끊겼다.
수현은 또 한 번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못했고 그녀는 또 즉시 문자를 보냈지만 발송조차 실패했다.
그녀는 은수가 그녀를 차단했다는 것을 즉시 깨달았다.
수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몸을 떨었다.
예린과 약혼을 한다고 해서 그녀의 모든 연락처까지 차단했단 말인가?
그 남자는 말로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한다고 했을 뿐, 지금 보면 별거도 아니었다!
그녀가 떠난 지 불과 며칠 만에 그는 기뻐서 다른 여자와 약혼할 드레스를 고르러 갈 수 있었고, 그녀의 아이는 오히려 병상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