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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두 목소리가 서서히 겹쳐지다

저녁, 문 씨 저택. 온 가족이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 문소남은 없었다. 장인숙은 오이 반찬을 훈아와 원원이의 그릇에 얹어주었다. “할머니 말 들어.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해. 너네 지금 한창 클 나이야. 이렇게 편식하면 키 안 큰다.” 식탁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밥을 먹고 있었다. 훈아는 그릇에 있는 오이를 보더니 고분고분하게 그것을 입안을 넣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할머니, 할머니는 왜 양파 안 먹어?” 식탁에는 양파볶음이 놓여져 있었다. 훈아랑 원원이는 그 반찬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증조할아버지도 그 반찬을 좋아했고, 삼촌이랑 작은할머니도 그 반찬을 좋아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음식을 먹지 않고 있었다. 할머니는 양파볶음이 식탁에 올라오면 번마다 그것을 멀리 치워버리곤 했다. 할머니는 양파 냄새를 맡으면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장인숙이 입을 열기도 전에, 채은서가 먼저 애매한 말투로 말을 했다. “상놈이 원래 탈이 많지. 이것도 안 먹겠다, 저것도 안 먹겠다.” 어르신은 귀가 무척이나 밝았다. 그녀의 말을 들은 어르신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마른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 행동으로 자신의 며느리인 채은서에게 경고를 하고 싶었다. 밥 먹을 때 시비 걸지 말라는 뜻이었다. 채은서는 눈썹을 두어 번 들썩이더니 계속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한 말에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조용히 하는 수밖에. 장인숙도 당연히 채은서의 조롱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채은서가 한 말을 그대로 무시해버렸다. 그녀는 무척이나 시원시원한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말할 뿐이었다. “할머니가 양파를 안 먹는 건 유전이야. 할머니 아버지도 양파를 안 드셨거든.” “아!” 훈아는 부자연스럽게 젓가락질하며 대답했다. “내가 아는 예쁜 아줌마도 양파 안 먹는데.” 훈아의 말에 장인숙은 미소를 지었다. 이 세상에 양파를 안 먹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고수도 안 먹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저녁 식사가 끝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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