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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허허 웃은 유경찬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요?” 정서연이 한 걸음 다가가자 두 사람은 갑자기 거칠게 호흡하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서연을 얕잡아 보기는 하지만 지금 그녀가 진도윤 앞에서 얼마나 총애를 받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진도윤은 이번 세미나의 리더일 뿐만 아니라 여러 대가들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었기에 정서연의 심기를 건드릴 수는 있어도 진도윤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더 중요한 건 정서연이 이번에 환자에게 직접 지명되어 진료 협의팀에 합류했다는 점이었다. 그 배경은 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컸다. 침묵 속에 서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한 두 사람은 이내 아첨하는 표정으로 정서연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정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두 분이 열심히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내가 오니 왜 말을 안 하나요? 내가 들으면 안 될 말이라도 있나요?” “들으면 안 될 말 같은 건 없어요. 그냥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였을 뿐이에요. 서연 씨, 오해하지 마세요.” 오민지가 해명했다. “오 선생님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라는 걸 알면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텐데요. 혹시라도 어느 선배님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두 분을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정서연은 지금 두 사람을 상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중 한 명이 키 큰 남자임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그들에게 좋은 태도를 보여주지 않은 채 한마디 한 정서연은 말속에 경고가 가득했다. 이 말을 들은 유경찬은 정서연의 태도에 화가 났다. “정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경력으로 보면 우리가 선배인데 진 원장님께서 선배를 그렇게 대하라고 가르쳤나요?” 유경찬을 바라본 정서연은 냉소를 지었다. “아, 말을 안 했으면 까먹을 뻔했네요. 아까 문 앞까지 걸어오기도 전에 유 선생님 웃음소리가 들리던데요. 유 선생님, 저에게 무슨 이의가 있으면 오늘 회의 시간에 말하지 그랬어요? 뒤에서 흉보는 게 얼마나 추해요?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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