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3화
정수아는 며칠 동안 꾹꾹 눌러 담았던 울분이 이 순간 모조리 가신 듯했다.
‘울어라, 더 크게 울어. 울다 죽어 버리면 제일 좋지!’
병실에서 최재현이 일을 마치자, 남문수는 자리를 떴다. 그는 병상으로 다가가 따뜻한 젖은 수건으로 정수아의 얼굴을 가볍게 닦아 주었다.
“이혼하는 날은 벌써 놓쳤어. 너 나랑 이혼하고 싶다고 했잖아. 근데 왜 안 깨어나...”
최재현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정서연의 여윈 얼굴을 똑바로 보며 코끝이 시큰해졌다.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정서연이 그의 마음속에 이렇게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걸. 그녀가 고통받는 걸 보면, 그는 가슴이 아파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다만 정서연이 이혼 얘기를 꺼낸 뒤로, 그녀는 늘 작은 고슴도치처럼 가장 날카롭고 단단한 면만 자신에게 들이댔다. 그래서 최재현은 언제나 강경하게 눌러 이기려 했다.
침대 위 사람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림처럼 고요했다.
아름답지만 생기는 없었다.
그는 수건을 내려놓고, 손끝으로 정서연의 뺨을 살짝 스쳤다.
따뜻한 감촉이 손가락 끝으로 스며들었다. 최재현은 고개를 떨군 채 눈빛에 후회를 숨기지 못했다.
“너를 해친 놈들은 전부, 백 배로 대가 치르게 할 거야.”
오래고도 짧은 한마디를 뱉고서야, 다시 정적이 방 안을 완전히 덮었다.
문밖.
추지훈이 복도에 서서 작은 유리창 너머로, 정서연에게 드리우는 최재현의 다정함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이튿날 아침, 정수아는 최예준을 병원에 데려다준 뒤에야 회사로 향했다.
그녀가 이 시한폭탄을 그저 최재현의 곁에 두고 갈 리 없었다.
전날 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정수아는 이미 최예준을 달래 놓고 아빠에게는 이 말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약속까지 받아 냈다.
그녀는 이렇게 한마디 했다.
“아빠가 들으면 분명히 많이 속상할 거야. 우리 아빠 마음 아프게 하면 안 되지, 그치?”
그러자 최예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꼭 다물기로 했다.
그래서 그녀는 최예준과 작별할 때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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