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8화
정수아는 분한 마음에 우는 것조차 잊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두고 봐. 언니가 언제까지 우쭐댈 수 있는지.”
그 말에 정서연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하지만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발걸음을 옮겨 아이 방으로 향했다.
정수아의 그 한마디엔 심술과 기대에 찬 통쾌함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요즘 여론에 짓눌려 예민해진 정서연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정수아가 얽혀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따지고 들 시간이 아니었다.
이 순간,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오직 ‘최예준’이었다.
아이 방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다가서자 최재현의 무뚝뚝하고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지 마. 남자라면 잘못했으면 인정해야지. 이모가 평소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너도 잘 알잖아”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정서연은 그대로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양탄자 위에 서 있던 최예준은 눈물로 뒤범벅이 된 얼굴을 번쩍 들더니 그녀를 보자 두 눈을 크게 뜨고는 와락 달려와 품에 안겼다.
“엄마!”
최예준은 평소 엄마의 엄격함이 싫었다. 군것질을 금지하는 것도, 사사건건 규칙을 세우는 것도 못마땅했다.
그런데도 엄마를 보는 순간 자기 말을 믿어줄 사람은 세상에 엄마뿐이라는 것을 아이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정서연은 자기 다리에 매달린 최예준을 내려다보았다.
그동안 마음 한켠에 단단히 굳어 있었던 감정이, 아이의 울음과 품에서 서서히 풀려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최재현은 잠깐 놀란 눈빛을 보이더니 곧 조롱 가득한 웃음으로 변했다.
“어젯밤엔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들어온다더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어?”
그는 정서연이 돌아온 걸 보고 그녀가 결국 마음을 돌렸다고 확신한 듯했다.
그렇게 아내가 돌아오기를 바라 마지않던 그는 어느새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역시. 이혼할 마음은 없었군. 그냥 심통 부리는 거였어.’
정서연은 시큰둥한 얼굴로 받아쳤다.
“이 일 제대로 확인해 봤어? 무턱대고 아이부터 몰아붙이는 게 아니라 최소한 차근차근 확인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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