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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안혜연은 눈가를 조심스레 훔치며 중얼거렸다. “사모님 같은 좋은 사람은 왜 늘 상처받는 걸까.” 다음 날. 하룻밤이 지나도 정서연을 둘러싼 소문은 사그라질 기미가 없었고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정서연은 아침 일찍 병원 후문 주차장을 통해 안으로 들어섰다. 묵묵히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그 사이 경비원들은 이 층을 여러 번 돌며 몰래 들어온 기자들을 쫓아냈고 병원은 이미 작은 ‘전장’이 되어 있었다. 그런 그녀를 진 원장이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며칠은 나오지 말게. 어차피 민 여사님 쪽은 연구팀도 있고 지훈 선생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치료 방법만 문제없다면 다 괜찮아질 거야.” 진 원장의 눈 밑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고 탁해진 눈빛엔 걱정이 스며 있었다. 정서연은 그를 바라보다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어젯밤도 잠 한숨 못 잔 얼굴이라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원장님, 제가 병원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이 일이 과연 끝날까요?” 진 원장은 창밖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이 없지않나. 공식 해명도 냈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아. 이미 온 도시에 소문이 퍼졌어. 이 일은...” 그는 마지막 말을 삼켰고 말하지 않아도 정서연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진 원장은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지금은 정 선생이 쉬는 게 우선이야. 이런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가라앉게 마련이야.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하지만 정서연은 고개를 저었다. “전 하지도 않은 일로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받고 싶지 않아요.” 진 원장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나도 그건 잘 알아. 하지만 자네가 지금 그렇게 나오면 나로서도 곤란하잖니.” 정서연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단지 이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해서요.” “어떤 방법 말인가?”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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