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1화
위장은 감정의 기관이라고 하지만 오늘따라 정서연의 위는 유난히 예민하게 반응했다.
정서연은 묘하게 불편한 복부를 손으로 눌러가며 거실 통유리창 너머로 내리쬐는 햇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런데도 몸은 이상할 만큼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녀는 그저 엉망진창 같은 삶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지, 숨이 턱턱 막혔다.
정서연은 이내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잠에 빠져들었다.
끝도 없는 몽롱한 꿈에 갇힌 듯했고 아무리 헤매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날카롭고 집요한 초인종 소리에 정서연은 화들짝 눈을 떴다.
숨이 가쁘게 차올랐고 등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문 앞 초인종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창밖을 바라봤다. 강렬하던 햇살은 한풀 꺾여 있었다.
벽시계를 보니 오후 세 시 반이었다.
그녀는 무려 세 시간이나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안에 계세요?”
문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외침에 정서연은 정신을 가다듬고 현관으로 향했다.
“집에 아무도 없나? 분명히 아까 돌아오는 걸 봤는데...”
문손잡이에 손을 얹는 순간, 평소처럼 켜 두는 인터폰 너머로 들려온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화면을 들여다보니, 문 앞에는 전혀 모르는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다행히 아직 문을 열진 않은 상태였기에 정서연은 본능적으로 입을 다문 채 조용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두 남자는 화면이 연결된 걸 눈치챘는지 잠깐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곧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봤다.
“정 선생님, 저희는 관리사무소에서 나온 직원입니다. 아래층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신고가 들어와서요. 혹시 정 선생님 댁에서 누수가 있는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정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부엌 쪽을 힐끔 바라봤다.
물 샌 적이 있었다면 그녀가 가장 먼저 알았을 터였다.
“저희 집은 물 샌 적 없습니다.”
그녀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
“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