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최재현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휘젓던 생각들을 단숨에 떨쳐냈다.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지키는 일이었다. 정수아가 그의 팔을 꼭 붙잡으며 간절하게 애원했다. “재현 오빠, 정말 그렇게 해야만 한다면 나도 예준이를 대신해 어떻게든 보상할 방법을 생각해 볼게...”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재현은 차갑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아들을 때린 건 우리 아이가 힘이 너무 세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언뜻 자책하는 말처럼 들렸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어딘가 묘한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남자는 즉각 발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그럼 우리 아들이 약해서 맞았다는 겁니까?” 남자의 격한 반응에 경찰이 불편한 기색으로 끼어들었다.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최재현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우리 아이가 잘못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라온유 그 아이도 완전히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죠. 어린 나이에 입에서 그런 악담을 내뱉으며 남에게 상처를 줬으니, 먼저 상처를 준 쪽에서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자는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아들이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거만한 태도로 정수아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그의 모습에 최재현의 눈빛이 매섭게 날카로워졌다. “인정하지 않겠다? 좋아요, 그럼 나 역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아니, 인정하지 못한다고는 안 했습니다. 사과하면 될 일 아닙니까?” 남자는 마지못해 퉁명스럽게 말했다. “전교생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해야만 유효합니다.” 최재현의 단호한 목소리가 조정실을 숨 막히는 정적 속으로 몰아넣었다. 남자는 그런 요구가 나오리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한동안 멍한 얼굴로 있다가 이내 격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애들끼리 말다툼 좀 했다고 어른이 이렇게까지 나설 일입니까?” 최재현은 여전히 차분하게 맞받아쳤다. “애들끼리의 싸움에 어른이 나서선 안 된다고요? 우리 아이가 다소 과하게 때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