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무슨 이유에선지 이제는 정서연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최재현에게 강렬한 소유욕과 통제 욕을 불러일으켰다. 분명 예전에는 그녀에게 이런 감정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눈빛이 더 이상 자신만을 향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최재현은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자신이 언제부터 정서연의 마음 따위를 신경 쓰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가 집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무언가에 홀린 듯, 최재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뱉고 말았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남아있던 이성이 서둘러 뒤따르는 말을 덧붙이게 했다. 정서연이 그를 차갑게 응시했다. “지금 내게 부탁하는 거야?” 최재현의 얼굴이 굳어지며 팔에 힘이 들어갔다. “착각하지 마. 난 단지 당신이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를 기억해 주길 바랄 뿐이야.” “이미 말했잖아. 예준이는 내가 데리고 나갈 수 있다고.” 그녀의 얼굴에 짙은 짜증이 드러났다. “그건 안 돼. 예준이는 내 자식이야.”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재현 씨, 대체 원하는 게 뭐냐고!” 정서연의 참아왔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이렇게 계속 날뛰는 게 재미있어? 정수아를 내버려두겠다고 약속하면 난 당신과 이혼하지 않을 거고 당신은 계속 사모님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그의 말투에는 상대를 본능적으로 압도하려는 듯한 오만함이 깃들어 있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정서연이 힘껏 그를 밀쳐냈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 몸에 손대지 마!” 그녀가 차가운 비웃음을 던지며 말을 이었다. “재현 씨, 그런 말을 하려거든 당신 자신부터 돌아봐. 당신에게 내가 탐낼 만한 게 있기나 한지.” 정서연이 분노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부탁인데 제발 정신 차려. 한때 잠깐이나마 당신의 사랑을 바랐던 적이 있었지만, 이젠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어. 내가 사모님이 되고 싶어서, 당신 관심을 받고 싶어서 이런 결정을 내린다고 착각하지 마. 난 정수아가 아니야.” 그녀가 날카롭게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