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수아야, 할아버지께서 연세가 많으시니 성격이 점점 괴팍해지시는 거야. 그러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최재현의 목소리에 정수아는 급히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알아. 할아버지 잘못도 아니고 언니 잘못도 아니야. 내가 부족해서 그래.”
정서연의 이름이 언급되자 최재현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 정수아는 그런 그의 표정을 슬며시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재현 오빠, 만약 그때 오빠와 결혼한 사람이 나였으면 할아버지께서 나를 좋아하셨을까?”
그의 얼굴에 천천히 죄책감이 번졌다.
정수아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 듯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농담이야. 오빠를 난처하게 하고 싶진 않아.”
정수아를 차에 태워 보내고 돌아서는 순간까지, 최재현의 머릿속에는 정수아의 다정한 미소와 정서연의 차가운 표정이 뒤엉켜 혼란스럽게 맴돌았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수아는 왜 매번 사과만 하고 그 여자는 늘 당당하기만 한 걸까?’
병실로 돌아가는 길에 최재현의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하고 답답해졌다. 이 알 수 없는 감정들을 정서연과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혼자 앉아 불만 어린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던 할아버지가 보였다.
“그 정수아라는 애가 대체 뭐가 그렇게 좋아서 데려다주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린 거냐? 내가 서연이 붙잡아 두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네가 이래서야...”
그 말에 최재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저도 별로 서연이를 만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어요.”
“거짓말인지 억지인지는 네 마음이 제일 잘 알겠지! 집에 여자가 없으면 그게 제대로 된 집이냐? 재현아, 너도 이제 좀 철들 때가 되지 않았느냐! 게다가 너희한테는 겨우 다섯 살밖에 안 된 예준이가 있잖아.”
노인의 진심 어린 충고조차 최재현의 마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할아버지, 이제 더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네가 뭘 알아서 한다고!”
노인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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