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주재현은 백진우가 따라준 차에 손도 대지 않았다. 백진우는 온몸에서 적대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그는 그 차에 무슨 이상한 게 들어 있을지 알고 싶지 않았다.
“따로 이야기할까요?”
주재현은 다시 입을 열었다. 백진우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연은 백진우에게 눈짓했다.
“여긴 네가 끼어들 데가 아니야. 내려가 있어.”
그녀는 포도 주스에 들어 있는 얼음을 저었다. 잔 속에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
“네.”
백진우는 고분고분 대답했다.
주재현은 그가 계단을 올라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병원 검사 결과가 모두 나왔습니다. 그의 신장, 유민이와 이식 적합 판정이 나왔어요.”
주재현은 백연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을 보였다.
조카 주유민이 요독증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뒤 주재현은 가장 먼저 자신의 신장을 검사했지만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또 다른 보고서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 그가 펼쳐보자 그 위에는 ‘백진우’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자료를 보낸 건 백연이 준비해 둔 사람들이었고 함께 보내온 건 백진우의 머리카락과 혈액 표본이었다.
주재현은 영리한 사람이었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를 리 없었다. 그는 백진우의 혈액을 가져다가 자신의 큰형인 주재원과 몰래 DNA 감정을 진행했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둘 사이에는 확실한 친자 관계가 있었다.
믿고 싶지 않아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의 형 주재원은 바람을 피웠고 그 혼외자의 나이는 자신의 조카와 같은 나이였다.
주재현은 다시 한번 백연을 깊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유롭고 태연했고 클럽에서 보였던 가식 어린 얼굴은 전혀 없었다.
“백연 씨, 그런 짓을 한... 목적을 말해주실래요?”
그가 직설적으로 묻자 백연도 돌려 말하지 않았다.
“당신을 좋아하니까요! 내 동생의 신장 한쪽과 우리 약혼을 맞바꾸면 어때요?”
달콤했던 포도 주스는 얼음이 녹으며 점점 옅어졌다.
그녀는 잔을 들어 한 모금씩 마셨다. 하얀 목덜미엔 연한 붉은 자국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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