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비행기가 착륙할 때, 연화시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습한 공기 속에는 낯선 도시의 냄새가 스며 있었다.
송하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캐리어 손잡이를 꽉 잡았다.
새로운 삶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
연화 대학교는 이 도시의 중심부에 자리했다.
학교로 향하는 가로수길에는 푸른 오동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입학 절차를 마친 송하린은 숙소 열쇠를 받아 방에 짐을 풀었다.
옷을 개고 서류를 정리하고 물건을 제자리에 두었지만 휴대폰은 끝내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단체방 안에서는 분명 민재하와 오유나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을 거라는 걸.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새 전화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오래된 심카드를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휴지통에 버렸다.
...
다음 날, 숙사에는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세 명의 룸메이트가 차례로 도착했고 서로 다른 지역의 억양과 웃음소리가 금세 뒤섞였다.
그들은 고향에서 가져온 간식을 나누며 신입생다운 설렘으로 웃고 떠들었다.
송하린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끔은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도 쳤다.
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묘한 거리감이 오히려 편안했다.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이곳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
며칠 후, 캠퍼스 거리에는 동아리 모집 행사가 열렸다.
시끌벅적한 인파 속에서 룸메이트들이 송하린의 팔을 잡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각양각색의 천막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여기저기서 음악과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때, 문득 한쪽 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은 ‘댄스 동아리’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송하린은 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혹시 댄스에 관심이 있으세요?”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얀 셔츠 차림의 남학생이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하며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물었다.
그의 말투에는 억지스러움이 없었고 자연스러운 온기가 느껴졌다.
“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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