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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윤지현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배신자 같으니라고. 나쁜 계집애.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래?’ 지금 그녀한테 조도현은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언제든지 그녀의 집에서 터질 수 있기 때문에 그를 보기만 해도 두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능청스럽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고유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고유진, 역시 네가 생각이 깊다니까. 고마워. 내 친구...” 마음 같아서는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유진은 말에 가시가 박힌 그녀를 보며 켕기는 게 있는 듯 손사래를 쳤다. “고맙긴.” ‘살려줘, 친구야. 조 대표가 하도 선물 공세를 해대니까 어쩔 수가 없었어. 에르메스 가방을 주는데 안 넘어갈 사람이 어디 있겠냐?’ 윤지현은 가슴이 아플 정도로 화가 났다. 그녀는 조도현을 쳐다보며 예의 바르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왜 저한테 아무 말씀 없으셨어요? 그럼 대접할 요리라도 준비했을 텐데요.” 조도현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먹는 데 크게 신경 안 써.” “그래요. 알았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녀는 능청스러운 그를 이길 수가 없었다. 서이숙은 두 사람을 쳐다보고는 열정적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조 대표님, 서 있지 말고 얼른 앉아요.” 조도현은 예의 바르게 그녀의 말에 응대했다. 그는 손에 든 상자를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소파에 앉았고 서이숙은 주방에 가서 차를 준비했다. 고유진도 싱글벙글 웃으며 따라 들어갔고 자리를 뜨면서 윤지현을 향해 눈을 깜빡였다. 두 사람이 주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가식적인 표정을 짓고 있던 윤지현은 이내 멘붕 상태로 돌아왔다. 그녀는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조도현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뭐 하는 짓이에요?” 갑자기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어쩌라는 거야? 심장 테스트라도 하는 건지? 조도현은 편안하게 앉아서 입을 열었다. “윤 비서, 긴장하지 마. 여자 친구 집에 밥 먹으러 온 것뿐이니까. 여자 친구가 우리 사이를 공개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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