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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그 말에 희망이는 바로 눈물을 그쳤다. 그러고는 아기 고양이처럼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정말요? 정말 희망이랑 같이 놀이공원에 가줄 거예요?” “그럼. 아저씨랑 같이 갈 거야?” “네, 갈래요!” 희망이의 답변에 박지한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데리고 가서 놀다 올게. 마침 내일은 아무런 일정도 없거든.” 거짓말.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 인간이 아이랑 놀아줄 시간은 된다는 게 말이 안 됐다. ‘혹시 내가 없을 때 희망이를 유괴하려는 거 아니야?’ 나는 그의 호의를 거절하고는 희망이를 데리고 가줄 수 있는 친구에게 연락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내 말에 희망이가 또다시 입을 삐죽거리더니 내 앞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엄마, 나는 아저씨랑 같이 갈래요.” 대체 그간 아이를 얼마나 구워삶았길래 희망이가 콕 집어서 박지한과 함께 가고 싶다고 하는 걸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설득해 나가기 시작했다. “안 돼. 아저씨는 엄마보다 더 바빠. 엄마가 이따 예쁜 이모한테 연락해서 내일 희망이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주라고 할게. 전에 희망이한테 인형을 가득 뽑아줬던 정연이 이모 기억하지? 그 이모한테 연락할게.” 희망이는 썩 내키지 않아 했지만 그래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드디어 한숨을 돌리려는데 박지한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주정연 씨와 함께 가면 희망이는 기껏해야 3개밖에 못 타고 집에 돌아오게 될 거야.” 나는 그 말에 움직임을 우뚝 멈췄다. 생각도 못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랑 가면 다르지. 나는 놀이공원의 최대 주주니까.” 박지한의 얄미운 표정에 나는 하마터면 표정 관리를 못 할 뻔했다. “쥬쥬가 뭐예요?” 희망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줄을 서서 놀 수 있는 걸 아저씨랑 가면 줄 서는 거 없이 마음껏 놀 수 있다는 뜻이야.” “진짜요? 와아!” 희망이는 그 말에 활짝 웃으며 박지한의 품에 안겼다. 돈에 밀린 것 같아 조금 찝찝하지만 희망이가 이렇게도 좋아하는데 계속 안 된다고 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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