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박지한은 손이 불편했던 탓에 대신 통화버튼을 눌러 달라고 했다.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누른 후 그의 귓가에 휴대폰을 가져갔다.
‘이게 맞아? 이러면 둘이 뭐라고 얘기하는지 나한테 다 들리는데?’
한미애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호통부터 쳤다.
“박지한,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그녀의 성질은 여전했다. 아니, 전보다 훨씬 더 표독스러워진 것 같았다.
박지한은 설거지를 하며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답했다.
“어머니도 아셨으면 해서요. 지금의 호연 그룹이 누구 건지.”
박지한이 가문의 어른에게 이런 태도로 얘기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한미애는 분노를 가라앉히며 숨을 한번 고르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시연이를 프로젝트 팀장으로 만들겠다는 게 그렇게도 큰 요구인 거야? 네 엄마로서 그 정도 결정권도 행사 못 해?”
“나이도 지긋하신 분이 뭘 자꾸 회사 일에 관여하시겠다고. 그냥 아버지와 함께 편히 집에서 쉬는 데만 집중하세요.”
평온한 박지한과 달리 나는 괜히 입술이 말라 나고 또 식은땀도 났다.
박지한의 부모님은 나이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특히 한미애는 관리 끝판왕이라 늘 남들보다 젊게 보이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늙었다는 소리에 발끈을 안 할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이를 바득바득 깨물며 말했다.
“박지한, 이제는 엄마 말이 말 같지가 않다 이거야?!”
나는 모자의 싸움을 바로 옆에서 들으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그때, 한미애가 갑자기 나를 언급했다.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지금 그쪽 작업실에 온나연이 있어서 이러는 거잖아. 대체 그 계집애 어디가 그렇게 좋아? 걔가 너한테 무슨 약이라도 먹였어? 왜 시연이를 놔두고 그 계집애를 찾아가냐고!”
평소 고귀한 척은 다 하던 사람이었는데 나를 입에 담자마자 바로 상스러운 말부터 내뱉었다.
박지한은 줄곧 평온하게 있다가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내가 누굴 좋아하든, 누구랑 결혼하든 어머니가 관여할 문제 아니니까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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