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조예선은 본래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모연과 특별히 얽힌 감정도 없었기에 굳이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 이유도 없었다.
조예선은 부드러운 미소로 선물 상자를 받아들며 자리를 권했다.
나는 시선을 조용히 그 상자 쪽으로 돌렸다.
뭔가 분명히 이상했다.
겉보기엔 똑같은 흰 포장이었지만 아까 이모연이 들고 있던 상자에는 은은한 무늬가 있었고 지금 이건 아무 무늬도 없는 민무늬였다.
바로 그때, 조금 전 이모연을 따라갔던 웨이터가 조용히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내 귀에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였고 나는 들리는 말에 멍하니 있다가 눈을 크게 떴다.
조예선은 여전히 다른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고 나는 곧바로 웨이터를 따라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멈춰 선 곳은 2층 복도 끝, 조용한 작은 방 앞이었다.
“온나연 씨, 이 방입니다.”
웨이터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 상자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조예선의 말이 떠올랐다.
연회가 끝난 뒤, 윤가람이 이 모든 선물을 하객들 앞에서 하나씩 직접 열어볼 거라고 했던 그 이야기.
나는 웨이터를 돌아보며 물었다.
“여기 CCTV 있어요?”
웨이터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다시 저었다.
“원래는 있었는데요... 어제 갑자기 이 방 쪽 CCTV가 고장 나서요. 아직 수리를 못 했어요.”
나는 짧게 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럼 이 근처 복도는요? 이모연 씨가 이 방에 들어오는 모습이라도 찍혔을까요?”
웨이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전기를 꺼내 보안팀과 연락을 취했다.
그녀가 무전기로 지시를 내리고 있는 동안, 나는 조용히 긴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 정확히 ‘한미애’의 이름이 적힌 선물 상자를 꺼내 들었다.
이 상자였다.
조금 전 이모연이 들고 있던 그것과 모양도 크기도 포장 방식까지 완벽히 일치했다.
여기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이모연이 뭔가 손을 쓴 건 명백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고 그 순간, 등줄기를 타고 싸늘한 전율이 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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