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되게 똑부러지고 사람도 괜찮은 것 같아. 성운시 그 땅 개발권 따낸 얘기도 들었거든. 솔직히 좀 감탄했어.”
별다른 말은 아니었지만 난 그 어느 때보다 행복감을 느꼈다.
어릴 적부터 나는 항상 성적이 좋았지만 제대로 칭찬을 들어본 기억은 거의 없었다.
시험만 보면 늘 만점이었고 온시연은 몇 과목 점수를 다 합쳐도 내가 한 과목에서 받은 점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도 부모님은 언제나 온시연을 먼저 위로하는 데만 바빴다.
“우리 시연이는 예쁘고 피아노도 잘 치잖아. 성적은 별로 대수로운 게 아니야.”
하지만 부모님은 나에게 칭찬 한마디 없었고 늘‘너는 공부밖에 모르는 책벌레야’라는 말만 들었다.
가끔 엄마는 이렇게까지 말했다.
“넌 일부러 높은 점수 받아서 언니 망신 주려는 거 아니야?”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온시연은 미술을 좋아하지 않았고 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고집스럽게 예술을 전공하겠다고 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던 걸 포기하고 집안에 도움이 되고자 금융을 선택했다.
하지만 아빠는 내 선택을 ‘집안 권력을 차지하려는 수작’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동안 내가 뭘 해도 부모님은 한 번도 칭찬이나 격려를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 순간 박지한의 사소한 한마디가 이상하게도 깊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나, 생각보다 그렇게 못난 사람이 아닌가 봐...’
박무철의 서재에 도착했을 때 뜻밖에도 뜻밖에도 김금옥이 이미 와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고 할머니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내 손목에 찬 팔찌를 보고는 은근히 자랑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준 선물, 손녀며느리가 잘 받는다 그랬잖아. 당신은 또 믿지를 않으니까.”
평소엔 엄격하고 진지하기만 한 박무철도 그 순간만큼은 장난기 어린 표정이었다.
“할머니 것도 받았으니까, 이제 내 것도 받아야지.”
그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신이 모아온 소장품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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