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5화
결국 나는 희망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연한 하늘색 원피스에 겨자색 모자를 씌운 희망이는 눈처럼 뽀얗고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통통한 볼을 꼬집었다.
“도착하면 얌전히 있어야 해. 어릴 때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면 안 돼. 알겠지?”
가는 길 내내 나는 여러 번 당부했다.
박씨 본가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설레면서도 이상하게 겁이 났다.
문 앞에 다다랐지만 나는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기만 했다.
그때 희망이가 조용히 물었다.
“엄마, 왜 문 안 두드려요?”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지금 두드릴게.”
용기를 내어 손을 들려는 순간, 붉은 대문이 먼저 열렸다.
오래전부터 어르신들 내외를 돌봐주던 아주머니가 나왔다.
“사모님...?”
나는 깜짝 놀랐다.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나는 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아주머니.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할아버지, 할머니 계세요? 꼭 뵙고 싶어서요.”
아주머니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안으로 안내했고 희망이를 본 순간 놀람과 반가움이 가득 담긴 눈빛을 보였다.
“어머, 이 아이가 작은 아가씨군요? 도련님하고 아주 많이 닮았네요. 어르신들께서도 무척 기뻐하시겠어요.”
아주머니는 내 말은 들을 겨를도 없이 사람들을 부르며 우리를 안으로 이끌었다.
고요했던 고택이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고 마당에 들어서자 이미 박무철과 김금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두 분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만 머리카락 사이로 흰빛이 조금 더 늘었을 뿐이었다.
김금옥은 나를 보자마자 손을 덥석 잡고 울먹였다.
“얘야... 어찌 이리도 매정할 수가 있니. 말도 없이 훌쩍 떠나고 소식 한 통도 없이... 어디서 지낸 거니. 어떻게 된 일이야?”
그 말에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해외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며 버텨온 시간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그 고생스러움보다도 돌아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그 결심이 더 쓰라렸다.
이 땅에 나를 기다려줄 사람이 없다고 믿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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