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나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섰다.
들어오는 사람이 박지한이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마치 도둑이라도 된 듯 급하게 핸드폰 화면을 껐다.
“오빠... 벌써 끝난 거야? 나 아직 준비도 못 했는데...”
박지한은 내가 허둥지둥 핸드폰을 치우는 모습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 있어? 왜 그렇게 당황해?”
나는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둘러댔다.
“회의 끝났어? 그럼 이제 출발하자.”
그가 찌푸렸던 미간을 풀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안 돼. 곧 온라인 회의 하나 더 있어. 대략 20분 정도 걸릴 거야. 어머니한테 우리 좀 늦게 간다고 전해줄래?”
“응.”
나는 멍하니 대답하고 전화를 걸어 엄마에게 상황을 전했다.
통화를 끝내고 퀵배달 앱을 다시 확인하자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박지한은 시간에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다.
한 번 20분이라고 말하면 단 1초도 어긋나는 법이 없었다.
지금 피임약을 주문해도 제시간에 도착하긴 틀린 것 같았다. 그냥 다음 기회를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진 않았다.
박지한이 어린 나이에 호연그룹을 이끌고 있듯, 나 역시 대학 시절 창업한 회사가 이제는 경성에서도 제법 이름을 알린 신생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한동안은 온시연의 결혼 준비에 매달리느라 회사 일은 온라인으로 간신히 챙기는 게 전부였다.
이제야 조금 숨 돌릴 여유가 생겼고 나는 오랜만에 컴퓨터를 켜 밀린 업무를 하나씩 정리해나갔다.
정신없이 집중하다 보니 박지한이 말했던 정확한 20분은 훌쩍 지나 있었다.
익숙한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나는 재빨리 컴퓨터 화면을 드라마로 바꾸고 문이 열리는 순간엔 아무 일 없다는 듯 드라마에 몰입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다가오며 정성껏 손질한 머리를 슬쩍 헝클어뜨리며 물었다.
“기다리느라 지루했어?”
나는 살짝 과장된 표정으로 놀란 척했다.
“언제 왔어? 드라마 보느라 너무 몰입했나 봐. 오빠 온 것도 못 들었어.”
사실 별로 재미는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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